아빠, 엄마, 꼬맹이가 횡단보도 건너편에 보인다. 아빠 품에서 내려온 아이가 몇 발짝 걷나 싶더니 양팔을 벌려 엄마에게로 간다. 엄마는 잠깐 아이와 몇 마디 나누고서는 들고 있던 짐을 남편에게 넘긴다. 조용히 앉은 엄마 등에 꼬맹이가 찰싹 달라붙는다. 안아달라고 졸랐나 보다. 가족이 오붓하게 한적한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안아, 안아, 안아줘요!"
말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5살까지 내 아들에게 끊임없이 듣던 말이었다. 아들은 아기 원숭이마냥 발도 땅에 대지 않고 아내품에서 내품으로, 내 품에서 아내품으로 옮겨 다녔다.
그때도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아들을 보며 이렇게 안고 업어줄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음에 아쉬워했다.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에 기쁘면서도 점점 아이에서 어린이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지금 이 시간이 조금 더뎠으면 했다. 해마다 아들 앨범을 만들면서 조금이라도 아들의 어릴 적 모습을 남겨보려 했다.
횡단보도 너머의 가족도 나와 아내가 그토록 아쉬워했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구나 싶었다. 엄마 등에 업혀 활짝 웃는 아이 표정, 흐뭇해하는 엄마와 아빠 얼굴이 오래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