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책임.

내게 보이는 것은 아이들뿐이다.

by Aheajigi


선택이 본인의 의지였다면 책임 또한 본인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사람은 항상 원망이나 화를 분출할 누군가를 찾는다.

일상적인 일이라면 분노를 삼키거나 단발성으로 폭발시키겠지만, 대상에 배우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번 틀어진 감정은 점점 깊은 골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래도 서로 잘해보려 노력한다면 다행이지만, 인연의 끈을 잘라버리는 일도 이제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어른들이야 서로 안 보면 그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이혼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물론 충분히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 잘못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의 명백한 잘못으로 사단 날 수도 있고 잘 맞지 않은 성향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선택이 늘 옳은 방향으로 이어지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른 당사자는 당연히 스스로 감내할 문제지만, 그들의 자녀에게 이런 날벼락은 예측도 못했던 대형 사건일 것이다. 정말 괴팍한 양육자가 아니고서야 아이는 자신의 엄마와 아빠를 그리워한다.


갈라선 부모를 본 시간이 제법 흘렀다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혼이 진행 중이거나 그 시점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면 아이의 글이나 그림에서 짙은 어둠이 느껴진다. 글은 절망으로 이어지고 그림은 어두운 색들로 가득하다.

이혼으로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시간을 보내겠지만, 양육자 눈치 보며 숨죽여 자신의 감정을 곱씹는 그들의 자녀도 정신적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일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한 아이가 계절이 봄으로 바뀌었음에도 자신의 마음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라 했다. 이 아이는 얼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마음속 얼음을 녹일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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