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있을 때 부대 내에 있기 싫어 주말 종교행사에 참석했다. 교회와 성당은 부대 내부에 있었기에 외부에 있던 절로 향했다.
나름 스스로 독실한 종교인을 자처한 이들도 군대에 오면 기본 3가지 종교를 기웃거린다. 부활절은 교회, 크리스마스는 성당, 부처님 오신 날은 절. 독실함을 깬 이유는 간단하다. 잿밥이 믿음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를 믿지는 않았던 나는 법당 밖 처마밑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었다.
스님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는데 귀가 솔깃했다. 세상에 살아있고 없고의 여부는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해서 스님 본인께서는 존재하큰 모든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신다 했다. 거주하는 절의 기둥에도 가만히 손을 대고 마음속으로 잘 자고 잘 지내게 해 주어 진심으로 고맙다 하신다 했다. 타고 다니시는 차도 어딘가 도착하면 문에 손을 얹고는 수고했고 잘 데려다 주어 감사하다 읊조린다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차가 대파된 적이 있었다 하셨다. 차는 엉망으로 구겨졌는데 스님은 멀쩡하다 하셨다. 그 차란 녀석이 스님 자신을 보호하느라 애를 썼구나 싶으셨단다. 견인차에 끌려가는 차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하시면서 세상 모든 것에 늘 감사하라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다.
아내가 첫 차를 샀을 때, 나 또한 스님의 마음이었다. 차에 이름을 지어줬고 매일매일 아내를 잘 부탁한다 했다. 아들이 태어나니 집에도 차에도 늘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즈음 해서 난 학교에서도 같은 행동을 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출근길 교실 문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게 잘 부탁한다 했다. 퇴근길 문을 닫을 때 교실 벽에 손을 대고 오늘 하루도 아이들을 잘 지켜주어 고맙다 했다. 그래서일까 23년 가르친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