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게 시시콜콜 연락하지 않았기에

괜찮은 아이의 부모들

by Aheajigi

"서울대 경제학부를 차석으로 졸업한 아이의 부모, 초5까지 벨리댄스만 하다가 내가 꼬셔 공부로 방향을 바꾼 뒤 여중에 가서 전교 7등 이내로 왔다 갔다 했던 아이의 부모, 첫 글짓기 공모전에 응모시켜 대상(장관상)을 했던 아이의 부모"


이들의 공통점은 시시콜콜하게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교실에서 있었던 일은 아이를 통해 정보를 습득했고 내가 아이를 통해 전달한 메시지는 가정에서 잘 행해졌다.

서울대를 졸업한 아이의 부모는 교수였지만, 본인의 전문분야조차 아이가 물어보면 선생님께 대답을 들으라 했던 분들이셨다.

밸리 소녀와 작가가 꿈인 소녀 모두는 각종 대회를 끌고 다닌다고 방과 후에 남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단 한 번도 "NO"라 대답하지 않았고 이 녀석들의 부모 또한 나를 믿고 흔쾌히 수락했다.

까다롭지 않았으며 내가 가르치는 것들에 대해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지를 해주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과는 방과 후에 밀도 있는 무엇인가를 진행했고 아이들은 내 기대 이상으로 성장했던 듯싶다.


근래 들어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하교하면 교실 문을 걸어 잠갔다. 방과 후 놀아달라고 달라붙는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행여나 있을지 모를 민원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아이들이 남아서 논다는 것은 방과 후 프로그램 혹은 학원을 빼먹었다는 것이고 이 책임이 교사인 나에게 전가될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방학 직전 아이들은 잠긴 문을 열어버리는 기술(?)을 습득해 버려 며칠간 잡무처리를 하지 못했다. 2학기 때는 수업이 끝나면 빈교실 어딘가를 찾아들어가야 할 지경이다.


두번의 출간으로 이전보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졌지만, 하나를 더 가르치려면 잔소리는 몇 배 증가함을 너무도 잘 안다. 작금의 세태에서 뭔가를 더 가르치려하는 이런 행위는 민원 발생 소지를 극단적으로 높이는 일임을 알기에 많은 것들을 내려놓았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외면한 그때부터 난 학생들과 인연을 딱 1년으로 제한했다.


예민하게 내키는 대로 그리고 시시콜콜 연락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은 과연 지금의 행동들이 자녀에게 득인지 실인지 제대로 판단은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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