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주는 상처가 많은 것을 왜곡하게 한다.
아들은 눈을 너무 좋아합니다. 겨울이면 아침 창밖에 소복이 내린 눈을 보며 아들을 창가로 불러 기쁘게 합니다. 난 사실 눈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눈이 싫었던 건 아닙니다. 삽으로 퍼서 눈을 치웠던 군생활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지 싶습니다. 기억이란 저장소에 난 스크래치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에 치우침이 생기도록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추억에 흠결이 없는 아들에게 보이는 하얀 눈과 여기저기 흠집이 있는 나에게 흰 눈. 하나의 객체나 사실이 사람들에게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까닭은 상처 있는 경험 때문입니다.
내 견해에 굴곡이 많기에 다른 입장을 성급하게 부정하거나 깎아내리지 않으려 합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첨외하게 대립하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만의 생채기가 깊고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기 힘들기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얗기만 한 저 흰 눈이 참 많은걸 생각케 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