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사람만으로 가득 차길 바라지 않는다면.
삶이 버거워지거나 복잡해지면 나를 둘러싼 관계를 시각적으로 범주화 해봅니다. 나와 관련된 어지럽고 복잡한 서클을 보고는 불필요한 것들을 지워버립니다. 꼭 필요한 삶의 서클 세 개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해버립니다. 실제 관계도 끊어버립니다.
사람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우리를 힘들게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본인이 감내할 만큼의 관계만 유지하는 것도 힘들지 않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요? 관계가 주고받기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의 어깨를 빌렸다면 내 어깨도 기꺼이 내밀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매번 내 어깨만 내놓으라 하는 일도 부지기수란 사실입니다.
모든 것이 좋을 때는 관계가 삶의 활력소이지만, 모든 것이 나쁠 때의 관계가 삶을 더욱 힘들게 하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포지션에 따라 관계를 조절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으나 불필요성은 늘 수면아래에 잠재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하여 끊어진 관계는 굳이 다시 이어 붙이려 하지 않습니다. 같은 환경이 조성되면 다시 끊을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는 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기에 그러합니다.
내 삶은 다양한 것들이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맨 아래부터 맨 위까지 사람만 가득한 인생이라면 너무 신경 쓸 일이 많을 듯 싶습니다. 그들의 슬픔과 기쁨을 껴안다 보면 그 안에서 나는 점점 희미해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