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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ug 16. 2023

쓰다 보면 글이 되고 어쩌다 보니 책이 된다.

끄적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글쓰는 것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다. 기승전결만 알고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독서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필요에 의한 책을 읽다 보니 주로 읽는 서적은 전공서적뿐이다. 만화책조차도 난 잘 읽지 않는다.

 문학에는 아예 소질이 없다 생각하며 40여 년을 살아왔다.


 글쓰기 첫발도 학생들에게 보여줄 참고작품으로 사용하기 위한 필요로 내디뎠다. 내가 교사가 아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글쓰기다. 재능이 전무한 분야였기에 첫 시작은 원고지 10장 분량 채우기도 버거웠다.


 기승전결을 단문으로 작성하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쓰기 시작했다. 완성작이라 쓴 원고조차 출판사에서는 플롯으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포맷을 구성하고 사건의 인과 관계를 생각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만들며 어울리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입히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인물, 사건, 배경이 일반적으로 널린 흔한 것들의 나열이라면 먹어보지 않아도 아는 맛과 같은 밋밋한 글이 되기 마련이다. 쌀로 밥짓는 이야기에 궁금함이 생길리 없다. 글에 특별함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동안 나온 수많은 작품들로 인해 반짝이는 소재를 찾는 것 또한 쉽지는 않다.

 글쓰기는 내게 산너머 산이었다.


 글쓰기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쓰기가 쉽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면서 글을 쓰기란 내 능력치를 한참 벗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업으로 삼는 일도 아니거니와 전적으로 글을 쓰는데 온 힘을 집중할 수도 없었다.


 머릿속을 뒤엉키게 만드는 가지들을 모두 잘라냈다. 소재를 바탕으로 단순하게 상상했고 그 줄거리를 간략하게 기록했다. 지금까지 겪어온 많은 이들 중에서 적합한 대상을 등장인물로 변형시켜 넣었고 내가 아는 그들의 성격을 기반으로 사안에 어찌 반응할지 상상했다.

 단순화시키니 머릿속 상상은 거침없이 전개되었다. 일단 상상이 시작되면 짧게는 30분, 길게는 두 시간까지 이어졌으니 개괄적인 스토리가 빠르게 작성되었다. 상당히 엉성한 얼개를 갖추긴 하였으니 뼈대는 그럭저럭 만들어졌다.


 쓰다 보니 글이 되어갔다. 수정에 수정을 거치니 어설픈 티를 조금씩 벗겨낼 수 있었다. 이런저런 공모전 탈락으로 미미하게나마 세련미도 추가되었다.

 지금도 내 글이 아마추어 수준까지도 올라서지 못했음을 안다. 세 번의 공모전 입선과 두 권의 출판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임을 잘 알고 있다.


 요즘은 뭘 하려고 쓰기보다 상상 속에 빠져 마음껏 글로 써 내려가는 자체에 재미를 느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끄적거린다. 오랜만에 느끼는 몰입감이 재미있을 뿐이다

 난 시대의 명작이나 베스트셀러를 쓸 필력도 못되거니와 그런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 시작했던 글쓰기의 재미를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알게 된 그것 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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