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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하지 못한채 조련당한다.

재주는 곰이 아닌 사람이 부렸다.

by Aheajigi Feb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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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얼마전까지 알고 있는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사람들을 피했다. 절대로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쓰레기통을 뒤지며 배를 채웠다.


 하지만 최근 동네에서 보는 길고양이들은 마치 강이지처럼 행동했다. 길고양이는 지나치는 사람들을 두리번거리다 눈이 마주치면 유심히 살폈다. 눈이 마주친 그 사람이 위협성이 없다 판단하면 고양이는 천천히 다가가 사람 다리에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길가에 누군가 쪼그려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그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아이들은 허겁지겁 편의점으로 달려가 고양이 사료와 간식을 집어들었다.(우리 집에도 아들이 구입한 길고양이를 위한 사료가 한통 있다.)


 문득 애버랜드에 있던 곰이 떠올랐다. 인솔해서 간 학생들이 곰 울타리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 아이가 울타리에 옆에 있는 곰간식 기계에서 건빵을 구입했다. 건빵을 곰에게 던져주자 곰은 물속에서 뱅글 한 바퀴 돌았다. 이를 본 다른 아이들도 정신없이 건빵을 구입해 곰에게 던졌다. 아이들은 건빵을 통해 곰이 재주를 부린다 생각했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곰이 뱅글도는 행동을 통해 아이들이 건빵을 던지도록 조련한 것이었다. 이 모습에서 실리를 취한 건 사람이 아닌 배를 채운 곰이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뒤 다시 곰 울타리를 지나갈 때 배가 부른 곰은 건빵이 날아들어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가 막연히 알기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재주는 자만한 사람이 부리고 명민한 곰은 건빵을 챙긴 것이다.)


 길고양이들이 생존 경쟁을 하다 보니 밀려난 일부 길고양이가 살아남을 다른 방법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편히 먹이를 구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고안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한 가지는 이 길고양이가 사람들을 매우 잘 조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리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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