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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Oct 12. 2023

200자 원고지 170장

놓지 않으면 마무리하기 마련


 플롯으로 작성했을 때 딱 원고지 40장이었다. 이 분량으로는 책이 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단편을 묶어 책을 만드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건 실력이 갖춰진 작가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소재의 빈곤에 허덕이는 내게 단편집은 아직 먼 이야기다.


 원고지 40장을 아무리 뻥튀기한다 해도 80장을 넘기기 힘들다. 사건의 개요를 살피고 맥락에 맞는 갈등을 추가해야 한다. 인물 내면의 변화를 이끌 이벤트들로 말이다. 기가 막힌 세부 묘사를 하면 좋으련만 아직 몰입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 어설프다.


 원고지 120장 분량까지 완성하고 한참 벽에 막혀 있었다. 수개월 손을 놓고 때를 기다렸다. 떠오르는 다른 소재는 크로키하듯 스마트폰 메모장에 끄적였다. 생각이 멀어지니 의외의 순간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대입을 시켜보니 맥락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시행착오 끝에 어제저녁 원고지 170장 3만 자 동화를 마무리했다.


 내게 창작은 수많은 벽과 조우다. 마주할 때마다 이걸 어쩌나 갑갑하다. 돌아갈 묘책도 없고 뛰어넘을 능력치는 더욱더 없다. 막막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해서 그냥 기다려봤다. 벽이 내게 위해를 가하는 것도 아닌데 당황스럽긴 하지만 불안해할 일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길이 보이기도 하고 벽이 낮아져 보일 때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공모전에 턱걸이로 붙을지 아니면 출판사 투고에 통과할지 그건 모르지만 마침표로 글을 마무리할 수 있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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