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분량을 채웠으나 끝은 아니다. 이제 무한반복 수정을 해야 한다. 탈고는 정말 끝이 없다. 1년을 계속 봐도 고칠 곳 투성이다. 내용을 거의 암기할 만큼 보다 보면 대충 건너뛰며 읽어간다. 그 지경에 이르면 일부러 원고 내용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딴짓을 한다. 잊힐 듯할 때 다시 꼼꼼히 읽으면 고칠 곳들이 널려있다.
처음에는 오타 수정과 함께 스토리 흐름만 맞춰갔다. 요즘에는 낱말 하나를 잡고 조금 더 괜찮은 유사어들을 찾아 고친다. 알고 있으면서 잘 쓰지 않는 어휘를 찾는 까닭은 나뿐만 아니라 내 글을 읽는 아이들의 어휘력도 한 단계 올라섰으면 해서이다.
이 과정에서 무수히 종이를 출력하고 버리고를 반복한다. 텍스트를 화면으로 읽어 들이면 제대로 인풋이 안된다. 피로도 급상승으로 지속성이 떨어진다. 전체를 출력하고 펜으로 끄적거리는 것이 편하다 보니 어쩔 수 없지 싶다. 디지털화되었다면 종이 낭비는 줄일 수 있으련만 아날로그인 내 스타일의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