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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Oct 22. 2023

마중물이 좋았더라면

첫 단추부터 참!!!


 첫인상! 이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환경까지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혹은 어찌 대할지 내지는 내가 여기서 무엇을 행해야 하는지 첫발을 내딛는 방향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실행할 듯싶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내가 교사가 된 것도 20년이 넘게 버티고 있는 것도 큰 흐름에서 보자면 물 흐르듯 떠밀려 온 것뿐이다. 합리적 사고는 실상 미미했다. 작은 발버둥으로 그 안에서 나름 의미를 찾으려 하긴 했으나 전반적 기류는 다르지 않다.

 그래서 어찌 보면 삶의 순간순간 시작점에 있는 마중물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선택할 수도 없는 이 시작점 첫 스탭이 삶의 변곡점이란 사실은 한참 지나고 난 뒤에야 깨닫기 마련이다.


 아는 이라고는 그닥 친하지도 않은 외삼촌뿐인 이곳에서 교사로 발을 담근 게 잘한 선택인지 그건 아직도 모르겠다.

 첫 시작부터 나를 둘러싼 교사란 집단은 참 가관이었다. 교장과 교감 사이가 틀어져 난 공문서 반려셔틀을 당했다. 동학년 중에 한학번 아래 여교사는 자신이 발령 선배라며 내게 본인의 업무를 떠넘기려 했다. 교육장이란 자는 신규교사를 불러놓고 이 지역 사람이 성공해야 한다는 건배사를 하기에 난 술잔을 내려놓았다. 교육이 무엇이고 교사가 나아가야할 현명한 방향성을 언급하는 자들은 전무했다. 결국 저리 한심하게 살지는 말아야지만 가슴에 새기고 시작을 하다 보니 갈팡질팡 좌충우돌이었다.

 보고 배울 게 있었더라면, 난 맨땅에 헤딩하는 일들을 줄일 수 있었다. 보다 생산적인 것들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머저리 팔푼이 같은 것들께서 시간이 흘러 관리자랍시고 앉아 있는 꼴을 보면 한숨만 나왔다. 회의시간 훈계랍시고 떠들면 그들의 평교사 시절 추태를 아는 나로서는 쓴웃음만 흘렸다. 그런 꼴불견들을 많이 봐서인지 난 승진을 대단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크게 관심도 없다. 나 또한 후배들로부터 저 한심이들과 동일한 카테고리로 묶일 수도 있다 생각하니 엄두를 내기 싫었다.


 괜찮은 이들이 내 앞에 있어 페이스 메이커로 삼을 수 있었다면 삶을 지금보다 풍요롭고 알차게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째 내 삶은 바로미터로 삼고픈 이들이 드문지...

 인생 마중물 복은 지지리도 없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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