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여전히 어색하다.

by Aheajigi


내 아들을 제외하고 다른 아이들을 안아준 일이 없다. 교사란 직업을 하고는 있으나 난 사람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려견은 안고 살았고 코를 비볐다. 사람처럼 숨은 생각이 무엇인지 조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무장해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들이 장난을 걸어오면 적당히 받아주기는 했다. 가끔 선을 넘는 녀석들에게는 수위조절을 하라 정색을 하면서 말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아이들이 정말 찰싹 붙어 대롱대롱 매달린다. 내가 무슨 페로몬이라도 뿜고 다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한 녀석을 빼면 다들 사연이 있다. 자기를 번쩍 안아달라는 꼬맹이가 있다. 아이에게서 들려오는 정보를 종합해 보면 아이 아빠는 시각장애가 있으시다. 최선을 다해 이만큼 예쁜 딸로 키우셨을 테지만, 다른 평범한 아빠들처럼 놀아주기는 힘드셨을 것이다. 아빠가 안아 올려주는 것에 대한 부족함을 나로부터 충족하고 싶었나 보다. 아이에게는 내가 힘이 딸려서 높이 안아 올리는 것은 못하겠다 했다. 가끔 내가 보이면 달여와서 와락 안긴다. 떨어지라 말하면 키득거리며 더 매달린다. 그렇게 몇 걸음 걸어가면 만족이 되었는지 놀던 아이들 무리로 사라진다.

내 팔을 자기 팔인 양 꼭 잡아 끌어당기는 녀석이 있다. 아빠는 배를 타셔서 방학 때나 가끔 보나보다. 나를 보며 아빠였으면 좋겠다 말하기에 진짜 아빠한테 이른다고 응대했다. 매달리고 졸졸 따라오고 의자 손잡이에 걸터앉기까지 하면서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다.

외모 꾸미기에 열의를 다하는 녀석도 있다. 추위가 시작되는 지금까지도 배꼽이 보이는 티셔츠를 입는다. 감기 걸린다고 뭐라도 껴입으라 말하지만 싫단다. 쉬는 시간만 되면 흰머리를 뽑아주겠다고 다가온다. 흰머리를 뽑으면 남은 머리가 없다 하니 킥킥거리며 웃는다. 오늘은 내 헤어스타일로 사과머리를 해주겠다기에 한참을 말렸다. 간지럼을 태워 떨어지게 하다 보니 쉬는 시간도 정말 바쁘다.

이런 녀석들이 몇몇 더 있고 우루루 떼를지어 달려드니 쉬는 시간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수업시간은 교과진도를 나가야 하고 쉬는 시간은 아이들의 정서적 결핍을 채워주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말 어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나서 정말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기 바쁘다. 아이들에게 기가 빨린다 싶다.

내가 생각한 교직은 이런 게 아닌데 여전히 어색하다. 잘 모르는 이들은 내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생각한다. 동학년 동료들은 가끔 아이들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기에 고생한다 한다. 내가 이 직업을 버틸 체력이 언제까지 있으려나 요즘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40대 후반에도 헉헉 거리는데 50대 & 정년까지 버틸지 걱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벼슬을 바짝 세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