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11월인데 벌써 호들갑인가 싶을 것이다. 예비 입학생을 둔 학부모라면 불안은 이미 벌써 시작되었다. 앞서 학교를 보낸 이들의 떠보기 또는 똑같이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는 이들의 설레발이 난무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한글은 꼭 가르쳐서 보내."
1학년의 한글 교육이 지나칠 정도로 촉박한 일정을 잡아두고 있기에 전혀 틀린 말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모국어를 7년째 듣고 있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 생활 속 곳곳에서 한글이 난무하는 마당에 기능적 결함이 있지 않고서 한글을 습득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부모의 노력과 아이의 귀찮음이 조금만 보태진다면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한글은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터득한다.
"부모들이 출근하기 싫어하듯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표현 여부의 차이일 뿐이다."
살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본래 힘이 들고 미래를 위한 준비에 그닥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하고 싶은 일은 즐겁기 마련이다.
출근과 등교가 내키지 않는 것은 살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감정은 받아주되 기피나 회피를 용납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만일 학교에 가는 것이 아이의 선택 여하에 놓여 버리게 되면 힘들고 귀찮은 일들을 모두 안 해도 된다는 오판의 시작점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등교 일주일 혹은 한 달 이내 발생하는 일들은 대부분 한글과 무관하다."
한글 미해독 일지라도 그것 자체만으로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보충지도 내지는 별도 교육으로 대부분 아이들은 한 단계씩 나아간다. 한글을 모름으로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지언정 문제로 확대되지 않는다.
정작 문제는 [관계]에서 드러나고 터진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쉽다. 교사가 무서운 것은 견딘다. 정작 힘든 것은 또래와의 문제에서 시작되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하게 된다.
아이들 또한 또래와의 복잡 다양한 관계설정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며 이 부분에서 왜곡이나 단절이 발생하면 이겨내지 못한다.
"사회적 동물이라 함은 기성세대보다 아이들에게서 더 두드러진다."
원만하게 또래들과 어울리는지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친구와 잘 지내는지 묻는 것보다는 친구들 이름을 물어본다던지 아니면 새로 알게 된 친구에 대한 이야기 나눔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 효과적이다.
"친구야! 나랑 놀래?"
유치원 가기 싫다는 아들의 칭얼거림에 이유를 물었더니 친한 친구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아이 스스로 자신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할 문제였기에 6개월 넘게 또래들에게 나랑 놀자는 말을 해보라 아침 등원 때마다 입이 아플 정도로 권했다. 아들은 다행스레 용기를 내어 말을 해보았고 또래들이 받아주는 것이 계기가 되어 즐겁게 어울렸다.
간혹 아이가 어울리지 못한다 하여 이를 담당 교사에게 떠넘기는 일들을 보곤 한다. 또래의 어울림은 어른의 개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어울리는 문제에 양육자나 여타 사람을 끌어들일 것인가 생각해보라! 자녀가 직장생활 할 때도 관계 형성에 개입할 것인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 스스로 극복하도록 믿고 조언해 주어야만 한다
"탐색기 - 구성기 - 완성기"를 알아야 한다.
올망졸망한 아이들 스무명 남짓 어우러지는 것에도 집단적 특성은 있다.
3월 한 달은 낯설기에 서로를 알아간다.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같이 놀이를 하기도 하는 탐색의 시기이다.
4월이 되면 또래 집단이 군데군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특징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확연하기 보인다. 2명부터 시작해 네댓 명까지 집단의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이때 어디도 속하지 못하면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5월 이후가 되면 뭉쳐 다니는 아이들이 웬만하면 변치 않는다. 이때 이후 구성원의 변화가 있음은 내부의 큰 갈등 혹은 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누구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원만해 보이지 않는다 하여 양육자가 직접 개입하는 것만큼 문제를 키우는 일도 없을 것이다.
명백한 괴롭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아이가 이겨낼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지혜로운 부모이다.
고만고만한 꼬맹이들은 모두 서툴기 마련이다. 아이들 집단이 나름의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고 서로를 알아가는 출발점이 1학년 입학이다.
많이 불안하고 어떨까 걱정이 되는 것이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또 원만하게 학교 생활을 시작한다.
믿고 응원해 주는 것만큼 아이가 신나게 학교에 가도록 만드는 일도 없음을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