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목표지향성이 매우 강하다.
과한 승부욕인가 했다. 누구와 경쟁을 즐기지는 않는다. 그 누군가를 앞서는 것으로부터 쾌감을 얻지도 않는다. 가급적 피하지만 아주 가끔 칠 수밖에 없는 화투는 잃을 돈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시작한다. 그만둘 생각부터 하고 패를 쥐니 당연히 이길리 없다. 살면서 내가 승부욕이 강하다 생각은 안 해봤다. 목표지향성은 단순 승부욕은 아닌 듯 보인다.
무엇인가 시작을 잘하지 않는다. 다만 시작하면 물고 늘어지는 습성은 있다. 하다 그만두거나 중도에 멈추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성과가 났거나 끝을 봤다 싶을 때 그만두곤 한다.
문제는 그 무엇이든 성과는 쉽게 나지 않고 끝을 보기란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한번 시작한 일들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원인이자 내가 질주를 멈추지 못했던 까닭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질기게도 잡고 있었음을 알았다. 산이라 해서 반드시 정상에 이르러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중간에 뒤돌아 내려와도 됨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살아가고 살아지면 되건만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가야만 한다는 사회적 강박에서 한발 비켜서지 못했다.
꿈! 그것이 문제였다.
장래 희망이라 명하고 꿈이 있어야 한다 주입했다. 내일 앞도 장담하지 못하건만 먼 미래, 낭만적 성취를 상상하라니 어처구니없다.
눈앞에 당면한 문제도 살다 보면 버겁다. 아무 일 없이 하루하루 살아감에 감사함을 만끽할 줄 알았다면 인생은 더 풍요로왔을 것이다.
경주견이 가짜 미끼인 루어를 쫒는 이유는 사냥 본능이 아니란다. 굶었기 때문이란다. 난 무엇에 굶주려 허상인 목표를 그리도 오래 쫒았던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