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 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마이크를 부여잡고 있는 이가 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잘 아는 이들이라면 이해하지만 그런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면 속으로 불쾌할 것이다.
가볍게 만나 차 한잔 나누는 자리에서도 시종일관 쉴 새 없이 홀로 말하는 자가 있다.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다. 했던 스토리의 재탕이기에 다들 귀를 닫는다.
누구도 이런 이들을 쉽게 말리지 못한다.
"왜 이런 일이 흔히 반복될까?"
덴마크 에프터스쿨에 간 적이 있다. 에프터스쿨은 친숙하지 않기에 궁금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현지 학교 교장은 본격적 설명 전에 한마디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궁금증이 생기면 제 설명을 끊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우린 타인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 안 된다 배우며 자랐다. 대부분 말을 많이 길게 하는 이들은 그 집단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다. 결국 경로우대 사상에 입각해 말하는 도중에 끊으면 기분이 나쁘다에서 비롯된 규칙이었지 싶다.
말은 들어달라는 표현이다. 말하는 입장보다는 듣는 입장이 중요하다. 이야기 도중 듣는 이가 궁금증에 발생하면 생각에 빠지게 되고 결국 듣기는 멈춘다. 아무리 말을 많이 하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한들 듣는 입장에서 귀를 닫아버리면 무용지물이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말을 끊고 궁금한 것을 질문해도 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초, 중, 고, 대, 대학원까지 19년 동안 나름 가르친다는 이들로부터 배웠으나 정작 이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게 가르치는 위치에 서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궁금증이 생기더라도 선생님 말이 모두 끝나고 질문하라 시켰다.(한참이 지났으니 뭐가 궁금했는지 잊는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이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