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무렵이 되어서일까? 이곳저곳에서 툭탁거림을 목격한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삶의 무게 때문인지 그들의 속에 들어가지 않아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
길거리에서 머리가 희끗한 두 노인의 주먹다짐에 지나가는 중학생 남자아이들이 키득거린다. 참 추하다.
"싸움이 비단 저 둘만 문제일까?"
겉으로 드러난 주먹다짐만 없을 뿐이지 우린 모두 누군가와 크고 작게 마음속으로 싸우고 있다. 보이느냐와 안 보이느냐의 차이일 뿐 우리도 저 노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싸움도 결국 기승전결 서사가 있기 마련이다. 싸움이 양쪽 감정의 클라이맥스에 벌어진 것이라면 의외로 해결이 쉽다. 문제는 한쪽은 절정을 향해 치달을 때 싸움을 일으켰지만 다른 쪽은 그때부터가 도입일 수 있다는 점이다. 왜 싸움이 시작되었는지 아예 모르고 날벼락 맞은 줄 안다. 한쪽은 이미 감정이 한참 쌓여있고 다른 한쪽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상황.
인간사의 싸움이 쉬이 해결되지 아니하는 까닭은 서로가 인식하는 갈등의 단계가 다르기 때문이지 싶다.
우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모른다. 나쁜 사람 콤플렉스에 빠져 선한 코스프레를 하느라 참으로 이중적인 태도로 타인과 세상을 대해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도 보지 못하는 마당에 타인의 감정을 살필 안목도 여유도 있을 턱이 없다. 갈등이 이 쌓여 싸움으로 폭발할 수밖에 없다.
싸움 당사작들의 말은 신기하게도 피해자만 있다. 양쪽 다 속상하거나 억울하단다. 어느 쪽도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지 못하고 사태는 중재자의 개입으로 서둘러 봉합된다. 영혼 없는 사과와 악수가 싸움의 앙금을 해소시킬 리 없다. 양자가 웃으며 마주하는 척한다 해도 이들 사이의 감정의 골은 이미 건널 수 없는 바다가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