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이전 글쓰기 지도에 빠져 4학년 국어과 1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아이를 발견했다.
지금은 중학생인 이 녀석이 월등하게 작문 능력이 향상된 것은 가르치는 나와 궁합이 잘 맞은 이유도 있고 그 아이의 보호자인 엄마가 전폭적으로 믿어준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가 학원도 다니지 않고 교실이나 학교에서 몰려다니기에 한번 해보자 했을 때 흔쾌히 긍정적 반응을 보였기에 가능했다. 지나가는 말로 집에서 썼던 글을 고쳐보라 하면 주말 내내 시간을 내어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으니 11살짜리 이런 이쁜 녀석은 여태껏 없지 싶었다.
계속 지도해 주었으면 하는 요청이 있었으나 그때는 내가 가르칠 모든 것을 알려준 상태이기도 했고 한 아이의 삶에 너무 깊게 관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잘 성장해 주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며 인연의 끈을 내가 잘랐다.
올해도 10살짜리 글쓰기 실력이 괜찮은 녀석을 보았다. 지도하면 빠르게 알아채고 글을 수정한다. 동시 공모전에 출품해 약간의 상금(10만 원)도 받았다. 하지만, 예전 그 아이 같은 느낌은 아니다. 동시를 몇 번 고치는 과정에서도 귀찮음을 온몸으로 드러냈다. 대상을 놓친 것은 아이의 귀차니즘 때문이었다. 놀고 치장하는 것에 상당히 관심이 많기에 아이 스스로가 바쁘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 말해도 흘려듣는다. 재능이 아깝기는 하나 더 이상 억지로 잡고 가르칠 욕심은 내지 않는다.
강제로 시킨다고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래봐야 오히려 글쓰기를 싫어하는 부작용만 있음을 안다. 보호자에게 자녀가 글쓰기 재능이 있다 알려주었건만 집에서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한마디로 수면 아래에 있던 재능을 발견했으나 성장가능성이 낮다. 아니 안쓰럽지만 거의 없다.
이제 더는 사람 특히 학생들에 대해 과욕을 부리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