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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의 시대 9

아집

by Aheajigi


만사를 통달할 수 없다. 객관적이라 믿고픈 정보조차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모호해지거나 판이하게 달라진다. 머리꼬리 자른 생선을 구별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역사는 승자에 입장에 의해 기록된다. 성서나 불경까지도 설립자가 아닌 타인에 의해 작성되어 온전한 팩트일 수 없다. 거기다 번역과정에서 또 다른 사람의 생각과 판단이 개입되었으니 본질 그대로를 전달받았다기에 무리가 있음은 당연하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상황을 인식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근본적 문제는 인간사가 절대로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우린 모두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충분하게 감안하고 살아가야 한다. 견고한 자신의 판단 혹은 주관에 대한 믿음은 스스로의 월등한 능력이기보다 탄탄한 아집일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언급했듯 파고다공원 어르신들은 국내정치를 넘어 세계정치를 논하신다. 자신만의 해결책도 뚜렷이 갖고 계신다. 이 제각각의 주장들은 때때로 다른 주장과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당장의 빈약한 주머니 사정도 해결하지 못하시면서 말이다. 능력치가 있으신 어르신들은 그 시간 호텔에서 수영과 점심 뷔페를 생활처럼 즐긴다는 사실을 알고는 계실까 싶다.


내가 아집이 있다면 타인도 마찬가지다. 아집과 또 다른 아집의 만남은 갈등 폭발만 불러올 뿐이다. 아집은 절대로 다른 견해를 인정하거나 수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논리에 빈틈이 보이면 오히려 더 역정을 낸다. 아니면 반대 측 논거 자료 자체를 거짓으로 몰고 간다.


스스로에게 얼마나 단단한 아집이 있는지 스캔해 봐라. 불만의 원인이 타인이 아닌 바로 자신 때문일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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