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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Feb 28. 2024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다.

무지개 끝 금항아리를 찾을 셈인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었다. 흙수저가 금수저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했다. 과연 이 말이 아직도 통용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학생들에게 열심히 하면 미래의 삶이 희망적일 수도 있을 것이라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25년 경험에서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르친 아이들 모두와 연락이 닿아있지는 않으나 꽤나 잘 나간다면 시골 특성상 그 소문은 널리 퍼지기 마련이다. 알만한 대기업 취업 문턱을 넘었다는 녀석들은 안타깝게도 없었다. 학교 중퇴, 배달 라이더, 헬스 트레이너, 사회 복지사, 시청공무원, 중견 IT기업 입사, 콜센터 알바... 고만고만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알만한 직장으로 들어서지 못한 가장 큰 직접적 이유는 역시 대학이다. 지방대학 졸업장은 대기업 문턱을 넘는데 가장 큰 장애요소이다. 직업사다리를 누군가 걷어찬 게 아니라 사다리에 오를 자격 자체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커지는 이유이다. 결국 대입을 결정짓는 수능이라는 측정에서 현격하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도 물론 뛰어난 아이들이 있다. 인서울 대입에 합격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아이들은 엄연히 소수란 사실이다. 누구나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능의 차이를 드러나는 시기는 생후 2개월부터라고 한다. 경제력 차이에서 비롯된 영양소 공급의 갭과 함께 가정에서의 스트레스가 두뇌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불행이 대물림된다는 사실이다. 안정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사다리가 애초부터 놓여있지 않은 계층이 있다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 시골은 이런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도시에 비해 높다.


 이런 제반사안을 무시하고 아이들을 몰아세우는 것은 무지개 끝에 금항아리가 있으니 찾아보란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아무리 쫓아봐야 있지도 않은 금항아리를 도대체 왜 찾으라 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개천에서 절대 용이 나올 수 없음은 우리 모두 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이 무책임한 말을 계속하라는 것도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되었다. 불가능한 일임을 알았다면 개천이란 환경을 바꿔주기 위한 노력이란 게 필요하다. 일하는 부모를 위한답시고 아이를 밤늦게까지 학교에 붙들어두란 헛짓거리가 아닌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원하고 아이들을 위한 일들을 진행시켜야 한다.

출산은 직업, 일정 수준 경제적 도달, 그리고 아이를 키울 마음의 준비가 끝났을 때가 가능한 상당히 이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단편적 지원책 만으로 출산율을 절대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점이 다양한 나라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출산율 상승은 복합적이고도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당장 늘지 않는 출산율에 앞서 현재 태어나는 아이들의 성장에 질적 향상이 더 시급한 시점이다.


 성장하는 미래를 한다면 당장 현재 아이들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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