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을 꼽으라"라고 묻는 다면 딱 두 아이가 있다.
첫 발령지에서 만났던 털털했던 여자아이, 그리고 항상 단정하게 흐트러짐 없이 등교했던 여자아이.
털털했던 아이는 서울대를 차석으로 거뜬히 졸업했다. 가르칠 때부터 이 아이는 남달랐다.
"OO이 질문은 가장 늦게 듣고 대답해도 될까?"
아이에게 양해를 구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물어봐도 되냐는 질문에 그 시간 수업 전체를 아우르는 답을 줘야해서 정리할 겸 그런다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수긍했으나 사실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질문의 수준이 높다 보니 다른 아이들이 질문 자체를 알아듣지 못했다. 이 아이가 말한 낱말뜻을 물어보느라 수업시간이 훌쩍 지나간 적도 있었다. 가르치는 족족 빨아들여 교육의 재미가 있었다. 타고 난 아이였다.
단정한 아이는 살짝 까칠함도 있었다. 첫 시간부터 이름을 잘 못 불렀다며 자신의 이름은 그게 아니라 했다. 그 꼼꼼함 때문인지 공부도 대강 넘기지는 않았다. 학원도 다니지 안 았기에 수업이 끝나도 교실에서 놀았다. 국어 수업을 1년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던 터라 이 아이는 글쓰기에 살짝 재미를 붙였다.
"글쓰기 공모전에 한번 도전해 볼래?"
넌지시 건넨 말에 아이는 흔쾌히 호응했다. 그리고 시작한 방과 후 글짓기 지도에서 아이는 나에게 수없이 써온 글을 퇴짜 맞았다. 인물이나 배경 묘사를 돕기 위해 교실에서 등장인물과 장소를 가장한 시뮬레이션도 여러 번 했다. 그렇게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고 결국 홀로 7천자 가까운 글을 쓰고야 말았다.(4학년 11살 아이에게는 이 정도 글쓰기는 불가능한 분량이다.) 첫 공모전이었기에 제출에 만족하자 하면서 작품을 출품했다. 결과는 공모전 대상.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너무 기뻤다.
이 두 아이의 매력에서 한동안 허우적거렸다. 문제는 이 두 아이를 기준선으로 놓고 다른 학생들을 바라보다 보니 한숨만 나왔다. 학생에 대한 기준을 올려도 너무 올렸던 것이다.
두 아이들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아이야 부모가 이미 훌륭하게 키웠던 터라 이어질 관계는 아니었다. 두 번째 아이는 계속 글쓰기를 도와달란다. 하지만, 이미 내가 가르칠 능력을 뛰어넘었을뿐더러 다음 학생들을 마주함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 뻔했다. 학생 앓이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서는 인연의 끈을 잘랐다.
가끔 매력 넘치는 학생과 한 해 동안 같이하면 가르치는 일이 너무 즐겁다. 매해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기에 더 소중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