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못하니 연을 이어갈 수도 있겠다 했다. 190일 제한적 인연의 철칙이 깨질지도.
2교시가 끝나고 앞문이 열린다. 익숙한 얼굴을 한 녀석이 환하게 웃으며 문 앞에서 팔을 벌리고 있다.
비타민 같은 녀석이다. 안겠다는 시그널을 내게 보내고 있다. 작년 마지막을 우는 모습으로 헤어저 내심 이 녀석에게 미안했기에 처음으로 내가 먼저 다가갔다. 녀석이 와락 품에 안기기에 물었다.
"좋아?"
"네."
"왜?"
"그냥."
매사 모든 일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좋다는 말은 왜를 물어본 내 질문에 대한 현답이었다.
잘 지내라 했더니 종종 찾아오겠단다. 도망간다 했더니 그래봐야 학교면서 라고 통달한 듯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답한다. 등을 토닥이며 쉬는 시간 끝나가니 얼른 돌아가라 했다. 총총 뛰며 신난다고 뒤돌아 간다.
3교시가 끝나니 또 다른 녀석이 서 있다. 넌 또 어떻게 알고 이렇게 빨리 찾아왔냐 했더니 좀 전에 담임교사에게 물어봤단다. 재빨리 올 두 녀석은 왔고 내일쯤 소문이 퍼지면 또 몰려올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