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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r 07. 2024

미안하게도 난 T

응석을 받아주지 않는다.


 작년 가르쳤던 녀석들이 선생님은 빅 T라 했다. 여기저기서 MBTI를 입에 올린 영향이다. 사실을 말할 뿐 감정을 받아주지 않는 스타일임은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긴 하다.

 2학년을 맡은 올해 이제 갓 1학년에서 올라온 녀석들은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한다. 대부분 감정을 받아달라는 응석이다. 아쉽게도 난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듣고는 있으나 언제까지 응석을 받아줄 수는 없는 일이다. 풀어야 할 것과 넘겨야 할 것을 배울 시기이기도 하다.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울면서 도와달란다. 혼자 해결할 수 있으니 천천히 해보라 돌려보낸다. 앞번호 문제는 풀면서 비슷한 뒷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기를 잘 못하니 도와달란다. 스스로 해야 실력이 향상된다 말하며 거들지 않는다. 운동장에서 뛰다 넘어진 뒤 나를 바라본다. 빨리 와서 일으키란 신호이다. 괜찮으니 일어나서 다시 달려보라 말할 뿐 절대 다가가지 않는다. 가져오라 말한 적도 없는 파일철이 사물함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울면서 집으로 전화했나 보다. 보호자는 나에게 그것조차 도와달란다. 다시 넣어보고 안되면 집으로 가져가도 된다 했다.


 이 녀석들 2학년은 찬바람만 분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커 간다는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아짐을 배웠으면 싶다. 언제까지 사소한 일에 누군가의 손을 빌릴 수는 없다. 영원한 아기로 남을 수는 없는 일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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