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Mar 08. 2024

안 하면 안돼요?!

암담하다.


취사선택 해야 할 일이 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모든 것을 입맛대로 선택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갈수록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어떤 상황이건 무차별적으로 대입한다는 사실이다. 편하고 손쉬운 것은 서로 취하려 난리를 치는 반면 불편하고 힘든 것은 꼭 해야 할 일임에도 거부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갓 8살짜리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수업활동 시간 그것도 게임학습활동 도중에 안 하면 안 되냐고 내게 묻는다. 가만히 바라보고 대답도 안 했다. 이튿날 이 부분에 대한 잔소리가 이어졌다. 해야 할 일은 피하는 게 아니고 해야 한다고 말이다. 왜 해야 하는지는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8살에게 긴 잔소리는 효과가 없다. 단호하게 말할 뿐이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꼬맹이들은 무슨 말인지 점점 취지를 잃어버린다.


안 하면 안 된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 오늘 처음은 아닐 것이다. 유치원이나 유아원부터 시작되었을 테고 하기 싫다고 판단한 일들은 이미 많이 거부했을 것이 뻔하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안 하겠다 의사표현을 하고 있으니 앞날이 참 우려스럽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상황을 저렇게 피하겠다고 할지 훤히 보인다. 코앞에 닥친 필수 과업은 도피로 일관하고 목 다지기에만 열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몇 년 뒤면 성적에 관련 있는 수행평가도 안 하려 할 것이다. 고등학교 수업이 부담스럽다면 자퇴도 가능할 것이다. 직장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는 며칠이나 버티다 달아나려나!


해야만 하는 것과 선택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가정에서 가르칠 일이다. 개취 존중하다 개털 될 수도 있음을 알았으면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안하게도 난 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