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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r 08. 2024

뭐가 되려고 이러나!

엉망이다.


근무하는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비선호 지역이다.  큰길 하나만 건너 도보 10분 거리 학교는 학생이 넘친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대비가 되는 이유가 정주 여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왜 두 번씩이나 이 학교를 선택했는지 그 미친 결정에 후회를 수차례 했다.


단 5일 마주하고 어쩌나 걱정이다.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아이들을 만난 것이다. 뭘 가르치면 배울 수 있는 상태의 학생들인가 의심스러웠다. 참다 참다 두 번 큰 소리를 냈다. 학생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해야 내가 교사의 직무는 다할 듯싶어서 말이다.


나만 중요한 녀석.

설명을 하면 중간중간 말을 잘라먹고 들어온다. 수업과 관련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결국 흐름은 끊기고 이 녀석이 말을 다 할 때까지 교사인 내가 멈춘다. 하루에도 여러 번 말이다. 말을 하고 싶어 그러려니 이건 넘어갔다. 수학시간 설명을 하고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주었다. 못한 사람이 있는지 물었고 아무도 없었다. 답을 맞추기 시작하자 이 녀석이 짜증 섞인 어투로 소리친다. 자긴 아직 못했고 지금 해야 하니까 멈추란다. 문제를 틀렸고 다시 베낄 시간을 달란 소리다. 4일째 참다가 오늘 큰 소리를 냈다. 다른 친구들이 너만 기다려 줘야 하냐고 되물었다. 절대 지지 않고 뭐라 우물쭈물 거린다. 알려주는 것부터 채점하고 모르는 것은 쉬는 시간에 물어보라 했다.


쉬는 시간 같은 수업 시간.

수업 시간이 된다 해도 늦게 앉는 것은 예삿일이다. 왔다 갔다 이동하는 것도 너무 자연스럽다. 하지 말라 했고 수업 시간은 앉으라 4일을 수없이 반복해서 말했다.

오늘 한 녀석이 수업하다 말고 옆 친구에게 일어서서 다가가 그림도 못 그린다고 놀렸다. 당한 녀석이 큰 소리로 이른다.  참다 참다 지금 뭐 하는 거냐며 큰 소리를 냈다. 이 녀석 책상에 엎드려 찔끔찔끔 운다. 불러도 오지도 않고 말해도 반응을 안 한다. 삐졌다는 완강한 표현이다. 운다고 다른 아이들이 웅성거리기에 각자 자기 할 것을 하라 했다. 다 울었는지 손장난을 치기에 이 녀석에게 앞으로 나오라 했다. 여전히 고집을 피운다. 다시 큰 소리를 내야 하냐 물었더니 그제야 나온다.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친구가 그림 그린 것을 놀리기까지 하냐고 상황을 분명하게 말했다. 지금 이 상황이 교사인 내가 이상한 것인지 학생인 네가 잘못한 것인지 되묻자 대답을 안 한다. 판단이 안 서면 엄마한테 물어보냐 물었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하지 말라고 말한 뒤 자리로 돌려보냈다.


특수학급 아이는 수십 번 앞으로 나와 뭔가 말하며 수업을 계속 끊는다. 들어가서 앉으라 말해도 10분을 넘지 않는다. 내가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 다른 아이 옆에 가서 또 뭐라 말한다. 특수학급 아이가 이러는 것을 좋은 말로 타이른 것이 아마도 다른 아이들도 이 녀석과 같은 행동이 허용될 수 있다는 기준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이건 교실이 아닌 난장판이다. 뭔가 가르쳐야 하는데 설명해도 듣는 녀석들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나머지는 돌아다니던지 낙서를 하던지 뒤돌아 앉아 수다를 떨던지 혼자만의 놀이에 빠져 있던지 말이다. 교과서에 있는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기 위해 두 번 큰 소리를 쳤지만 달라질까 싶다.


현기증과 편두통이 함께 찾아오니 이건 또 몸의 무슨 시그널인지 불안하다.


잘 배우리라 기대도 안 했지만, 정말 이 정도까지 처참한 지경인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교사로 급여를 받았으면 제대로 가르치기는 해야 월급 받기 부끄럽지 않은데 마주한 아이들 상태는 뭔가를 지도하기 정말 녹녹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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