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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r 02. 2024

마지막 한 녀석(2)

뭐랄까?


가르쳤던 녀석들을 10년이 넘게 지나서 만나게 되면 많이 변해서 몰라보겠다 싶었다.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앞선 두 녀석과의 만남에서 어릴 적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알았기에 이번에도 그러겠다 싶긴 했다. 이 녀석 키는 훌쩍 커버렸는데 얼굴과 헤어스타일은 정말 10살 모습 그대로였다.

170cm 22살 멋진 숙녀로 자라 있기에 부모님이 이렇게 잘 자라서 기쁘셨겠다 했더니 피식 웃는다.


이런저런 말을 하다 보통은 초중고 마지막해 선생님들을 찾아가지 않냐 녀석에게 물었다. 초 6학년 & 중고 3학년 담임이었던 교사를 찾는게 가장 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먼저 만났던 두 녀석들에게도 궁금해서 물어보긴 했다. 내가 제일 기억이 남았다고 대답한다. 뭐가 기억에 남았을까 궁금했다.

 내가 뭘 많이 시키기는 했나 보다. 이 녀석도 아직도 학생들한테 공모전 시키는지 물어온다. 어쩌다 한 개 내지는 두 개 정도 맛보기만 보인다 했다. 그때처럼 하기에는 민원이 들어올까 싶어서 조심한다고 말이다. 그때는 이것저것 많이 했었다는 기억이 아직도 난다기에 많이 괴롭혔구나 대답했다. 힘든 것은 모르겠도 나와 함께했던 해가 학창 시절 중에서 가장 많이 무엇인가를 해보았던 추억이 있다 했다.

 그러면서 나를 많이 좋아했었다고 말한다. 먼저 만난 두 녀석들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귀찮게 뭘 시켰음에도 좋아해 주는 녀석들이 작지만 몇명이라도 있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는 열과 성의를 다해서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없음을 안다. 한 해가 끝나면 가르쳤던 아이들과 연락을 끊기에 이런 인연도 이제 없다.

 감정이 복잡하긴 하지만 아이들과 연을 이어갈 생각은 없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학교란 환경은 곳곳에 도사리는 위험에 언제 짓눌릴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게 만들기에 그러하다.


 이 녀석과 이번 만남을 끝으로 연을 이어가던 모든 녀석들을 마음속으로 정리한 듯싶다. 모든 녀석들이 각자 제 갈길에서 조금씩이라도 바로서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들 잘들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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