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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Feb 24. 2024

마지막 한 녀석(1)

마침표


 어느 순간부터 가르쳤던 아이들과 당해를 넘어서면 연을 끊었다. 가르친다는 일로 만난 관계일 뿐이라 생각했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라기 보다는 내가 감내할 수 있는 관계의 폭이 넓지 못함이 원인이기도 하다. 좋다고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말이다.


 다 큰 녀석들은 보통 고등학교 선생님을 찾아가는데 이 녀석들은 어째서 초등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와서 내게 만남을 청하는 것인지? 난 기억도 가물가물 하건만...


 연을 끊기 직전의 아이들과 연락이 닿았다. 바뀌지 않은 내 핸드폰 번호가 문제인 듯싶었다. 막상 다 정리하려니 오히려 연락들이 많아진다. 하나둘 얼굴 한번 보고 밥 한 번 먹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어 나갔다.


 그렇게 남은 마지막 한 녀석.

 지난 금요일에 보기로 했으나 갑자기 코로나에 걸렸다 해서 나중이란 애매한 말로 미뤘다. 이 녀석과는 여기까지라 싶었다. 아픈 와중에도 다음 주 만나자고 약속을 잡으니 그러자 했다.


 함께하던 시절 하루에 꼭 한 번은 앉아있는 내 의자 뒤로 올라타 등에 귀를 대고 있었던 녀석이다. 무슨 말을 하거나 감정의 기복이 큰 아이도 아니었다. 그땐 이 학생이 왜 이러나 궁금했다. 별일 있는지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기에 내버려 두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 시절 이 녀석은 마음이 지쳐있던 듯싶다. 내 등에 귀를 대고 몸과 마음을 쉬고 있었던 것일 듯하다.


 다음 주 이 녀석을 끝으로 가르쳤던 아이들과 인연은 최종 마침표를 찍고 막을 내려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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