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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Feb 09. 2024

비타민 같은 아이

아이에게 위로받다.


 살아감은 능동적으로 나아갈 때도 있으나 버티기만 할 때도 있다. 휘청이고 쓰러지기 직전일 정도로 힘들지만 나이가 들어감은 지켜야만 하는 것들이 있기에 주져 앉지 못한다.


 나이가 더해갈수록 누군가를 구두로 토닥인 일은 있어도 그런 보듬음을 받는 일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아버지께서 지금은 잘 회복 중이시지만 간암 수술로 입원하셨을 때 아들이 아닌 보호자로 역할 변함은 상당히 버거웠다. 학교란 직장도 갈수록 어려워졌으니 점점 난 기울어져 갔다.


 두 번의 폐렴이 모두 호산구 수치가 갑자기 급격하게 높아진  때문이었다. 자다 깨다를 매일 반복하니 항상 피곤했다. 출근해서 교실에 서 있기도 버거웠다. 40분 수업을 하면 10분은 엎드려 있어야 했다. 짧게 충전하고 다음 수업시간을 대비한 것이다.


 나의 목을 살포시 안아주며 "괜찮아요?" 물어주었던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주며 고마움을 표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기침으로 가슴통증이 일어 날숨도 조심조심 쉬자 "아프지 마요."라며 이 아이가 건넨 말에 힘을 냈다. 그렇게 난 그 아이에게 홀딱 빠져 '비타민 같은 아이'로 나만의 별명을 지었다.

 몸과 마음이 흔들릴 시기에 이 작은 아이의 몇 마디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고마움 때문에 이 아이에게 반했나 했다. 지나고 보니 내가 아이의 매력을 짙게 느낀 까닭을 알았다.


"아이에게 위로를 받을 줄은 몰랐다."

 9살 꼬맹이에게 위로를 받을 줄은 몰랐다. 동료나 와이프와 수다는 떨어도 위로를 받는 일은 없었다. 사회생활을 잘하는 모습을 유지해야 하기에 누군가에게 난 빈틈을 보이지는 않는다. 집안이나 개인적 일들을 이렇게 글로는 끄적이지만 와이프나 부모님과도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내 성향이 누군가로부터 위로받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함도 안다.

 몸도 마음도 힘들 때 아이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닌 매일매일 말이다. 9살 아이가 내 마음의 보호자처럼 다가왔다.


 살포시 안아주고 한 마디 건네는 것이 이리 큰 위로가 되는 것을 난 정말 몰랐다. 아마도 타민 같은 아이는 부모님께 사랑 나누는 법을 잘 배운 듯싶었다.

 아이는 복도를 지나가다 언니 친구를 만나면  팔 벌리고 뛰어가 폴짝 뛰어 안긴다. 안기고 안아주는 일에 친숙한 듯 보였다.

 반면 난 누군가를 안아주지도 또 안기지도 못해 왔다. 몇 년 잘 지내고 타학교로 전출이 예정되자 팔을 벌리고 허그를 청하는 동료가 있었다. 어떤 의도임을 알았지만 난 뒷걸음질 쳤다.

 앞으로도 난 비타민 같은 아이처럼 누군가에게 마음이 따뜻한 위로를 건네지는 못할 듯싶다. 어쩌면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소유했기에 비타민 같은 아이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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