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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r 19. 2024

피해자만 있는 사건

생활지도는 알아서 좀 하라 했건만!


난 교사다. 가르치는 직업이지 상담사나 경찰이 아니다. 학생 간의 갈등을 왜 자꾸 내게 떠 맡기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연락과 메시지가 왔다. 요지는 몇 차례에 걸쳐 자신의 자녀가 맞았다고 했다 한다. 연락을 하고 당사자들을 불러 사실여부를 파악했다.

맞은 녀석은 분명 폭행을 당했단다. 가해자로 지목한 녀석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 한다. 반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때리고 맞은 것을 보았다는 녀석들도 없다. 피해자만 있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보낸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급식소로 가는 도중에 폭행이 있었단다. 모두 같이 있는데서 발생한 일인데 목격자가 없다. 다시 물어도 피해자라 주장하는 아이는 분명 폭행이 있었다 한다.

안 그래도 엄한 일에 신경을 쓴다 싶었는데 시건은 미궁 속으로 흘러간다. 녀석들에게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물었다. 가르치는 사람이라 처음부터 말했기에 이 아이들도 그렇게 말했다. 잘잘못을 따지고 싶으면 법원으로 가라 하고 싶었으나 8살 꼬맹이들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 뻔했다. 이 문제의 유일한 방법은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라 했다.

아침부터 흥분해서 연락한 양육자에게도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없다 했다. 자기 아이가 거짓말을 하냐 따지듯 묻기에 폭행 사실이 확인 안 된다고 했지 거짓말이라 말한 적은 없다 했다. 아이가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니 그 부분에 신경 쓰겠다는 말로 일단은 갈음을 했다.


분명 이것이 시작이지 끝이 아님을 안다. 이것은 전초전일 뿐인 이유는 이제 겨우 개학 2주일이 지났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직 한참 남은 기간 아무 일도 없으면 다행이겠지만, 두 녀석 벌써 가까이 다가가 말하며 키득 거린다. 싸우고 노는 일이 반복임에도 집에 가서는 피해자 코스프레나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런 답도 없는 일에 왜 교사인 내가 개입을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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