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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r 22. 2024

자존감의 차이를 보여주는 아이들

갭은 줄어들지 않는다.


초등학교 2학년 통합 교과는 특성상 놀이 활동이 있어 운동장을 나갈 일이 많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강당으로 그렇지 않은 날에는 운동장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나왔다. 책에 있는 그대로를 실천할 뿐이긴 하다.

이 녀석들은 그것을 매일 논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바깥에 나가서 놀지 않냐 몇 번을 물어본다. 책에 있는 수업이라 말해도 소용없다. 운동장에 나가서도 책을 펼치라고 해야 하나 싶다. 집에 가서 분명히 놀았다고 말할 테고 난 수업은 안 하고 매일 아이들이나 놀리는 사람쯤으로 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바깥 활동은 역동적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놀이이다. 충돌이나 넘어짐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이 아무렇지도 않을 행동이 아이들에 따라 매우 다른 반응을 불러온다.


의도치 않은 부딪침에 울면서 이르는 녀석이 있다. 매사 본인은 억울하단다. 폭행을 당했다 주장하는 그 녀석이다. 다른 친구를 거꾸로 때린 일이 발생했다. 상대가 울고 있음에도 입만 다물고 있다. 머리카락이 없는 친구를 놀리기도 했다. 집에서는 피해만 당하는 줄 알고 있으나 만만치 않게 가해도 하고 있다. 자존감이 낮아서 매사 일어나는 일에 있어 피해 부분만 부각하고 기억한다. 쉬는 시간마다 내게 쫓아와서 뭔가 힘들다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한다. 소리 지르며 뛰어노는 것은 까맣게 잊고 말이다. 교사인 내가 자신의 감정쓰레기통인줄 아는 녀석이다.


반면 다른 아이도 있다. 살피기는 했으나 내 시야 밖에서 사건은 일어난다. 검은색 패딩 점퍼가 온통 흙투성이다. 눈물도 그렁그렁 한다. 그렇다고 펑펑 울지도 않는다. 무슨 일인지 묻자 뛰다가 친구랑 부딪혔단다. 괜찮냐 했더니 먼지를 툴툴 털며 고개를 끄덕인다. 부딪친 친구와 다시 웃으며 활동을 이어간다. 이 정도쯤은 괜찮다는 반응이다. 넘어져 아프긴 하나 자존감이 강한 아이는 본래 해야 할 일에 다시 집중한 것이다.


자존감이 낮으면 넘길 일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스트레스는 결국 해야 할 일에 지장을 미친다. 자존감이 높으면 소소한 자극에 둔하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먼저이다. 8살에도 이 정도 차이가 나는데 앞으로는 어떨까 싶은가. 이 갭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25년 경험상 이런 차이가 줄어들거나 역전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폭은 더 심하게 벌어진다.


양육자가 신경 써야 할 포인트가 이것임에도 전혀 다른 것에 관심이 있다.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말해야 함에도 그럴 수는 없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의 양육자 또한 엄한 것에 민감하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콩 심은 데서 팥이 나올 리 없기에 입을 꾹 다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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