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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y 10. 2024

무슨 재미로 살까?

난감


가방을 메고 한참 책상 앞에 서 있었다. 앉으라 말해도 인풋이 안 되지 싶었다. 이제는 교실 문밖에서 20분을 서 있다. 들어가자 수십 번 말해도 반응은 없다. 수업이 시작되고서야 교실로 들어온다. 가방은 메고 있고 책상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무슨 일이 있는지 혹은 기분이 나쁜 것인지 물어도 공허한 메아리다. 답은 없다. 1교시가 끝날 즈음 겨우 자리에 앉는다. 책도 옆에 앉은 짝이 꺼내서 펼쳐주었다. 책에 있는 그림을 보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미소를 짓는다.


쉬는 시간 교내 특수교사를 찾았다. 아이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 자폐나 우울증인지 물었다. 관찰한 것이 아니긴 하지만 주의력 결핍이 의심된다 했다. 수많은 노이즈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의식하고 집중해서 듣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 했다. 1:1 일 때는 조금 대답한다는 기억이 났다. 고맙다 말하고 아이를 관찰한다.

교내 교육복지 담당자에게 아이 이름을 말하고 혹시 지원 대상아 인지 물었다. 역시 맞다고 한다. 가정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대강 들었다.


알게 되니 마음만 무겁다.

포커페이스인 이유도 그려진다.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싶었다.

공부는 못한다 쳐도 또래와 어울리는 재미도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겉도는 것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통합교과 시간 학교 주위를 걷고 주변을 관찰시켰다. 조금 일찍 마치고 꼬리잡기 놀이를 시켰다. 또래들과 뒤엉키도록 만드니 웃는 모습을 보인다. 이 녀석이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매일 운동장으로 나와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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