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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y 10. 2024

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다.

직장! 거지 같은 것들!

다른 직장은 더 가관일 듯하다. 허나 난 겪지 않아 잘 모른다. 해서 언급 자체가 거짓말이다. 학교란 좁은 공간만 다룬다.


이것도 직장이라고 위계가 있다. 갓 발을 들였을 때는 직급이 붙으면 뭔가 대단한 줄 알았다. 웃기게도 학교란 공간에는 부장, 교감, 교장이란 나름의 위계를 만들어 놓았다. 평교사는 이런 상급자란 것들의 말도 안 되는 헛짓거리를 참아 넘겨야 할지 아니면 받아쳐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수없이 선다.


20년 전 40대들도 부장이랍시고 일을 떠넘겼다. 일은 더럽게 안 하면서도 쥐꼬리만큼의 성과급은 챙겼다. 지금 내 나이가 그들보다 많지만 그와 같은 추잡스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 나이는 어디로 처먹고 그딴 꼴 갖지도 않은 추태를 보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돈문제는 같이 추잡스러워지지 않으려 넘겼지만 일에 있어서는 참지 않았다. 명목상 부장 직함을 주었을 뿐 그들도 엄연한 평교사이기 때문이었다.


교감이란 감투가 주어지면 이제부터 제대로 상급자 노릇이다. 일에 대한 명령질뿐만 아니라 갖은 간섭질이 시작된다. 20대 처녀 교사의 치마 길이를 꼬투리 잡은 정신 나간 년도 계셨다. 정작 당신은 망사 스타킹을 신고 계셨으면서 말이다. 비상시에 낚시를 하시려고 몸에 지니셨나 했다.

어떻게 일을 했으면 저런 개소리를 할까 싶은 적도 있다. 생활기록부를 잘못 쓰면 퇴직이나 전근 이후에도 다시 와서 고치는 불편함이 있으니 꼭 확인하라고 회의 시간에 말한다. 분명 이게 아니건만 아무도 그녀의 잘못을 꼬집지 않는다. 심지어 교장이란 작자까지도 말이다. 참다 참다 명확한 증빙자료 없는 수정은 엄연한 공문서 위조라 말했더니 그 이후로는 날 계속 째려본다. 미친 소리는 당신이 했는데 왜 날 째려보는지 어이가 없었다.

인사 이동은 당사자의 의지이다. 하도 학교가 개판으로 흘러 참다가 1년 만에 학교를 옮기겠다 했다. 1년 만에 옮기지 못한다 교감이란 자가 말한다. 옮기지 못하는 인사규정을 보이라 했더니 말을 바꾼다. 왜 나가야 하는지 나보고 이유를 말하란다. 그래서 한 마디로 일갈했다. 내가 나가야 할 이유를 말하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하실 것 아니냐. 내가 왜 그런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야 하는지를 되물었더니 입을 다문다.


교장은 잘 가르친다고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다. 교감 또한 마찬가지지만 승진이란 타이틀 차지를 위해 벌려놓은 여러 점수란 것을 착실하게 모아야 한다. 학생 가르침이 여벌이 되고 점수 모으기가 주업이 될 때 차고앉을 수 있는 자리가 이 나라 학교란 곳의 교장 자리이다.

당연히 가르침에 대한 이들의 수준은 상당히 저급하다. 지금은 많이 언급되는 프로젝트 수업을 20년 전에 난 했었다.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수업 강평이라는 장학사와 교감, 교장이 헛소리를 하는 시간이었다. 어쩌고 저쩌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 끝에 교장이란 자가 내게 한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학생이 실험용이야?" "브레인스토밍을 해야지!"

아무리 멍청해도 살다 살다 똥개 수준의 똥멍청이를 눈앞에서 볼 줄은 몰랐다. 내가 했던 수업은 Intel사에서 전 세계에 보급한 TWT(Thinkign With Technology) 프로젝트 수업의 일부분이었고 브레인스토밍은 그 안에 충분히 녹아있었다. 그땐 생소했지만 지금은 교사라면 친숙한 역량향상에 초점을 둔 수업이었다. 뭐라 맞대응하려다 개와 무슨 대화를 하나 싶어 입을 닫았다.

학교에서 매달 시험을 봤고 왜 성적이 낮냐며 학년 전체가 불려 가서 질타를 받았다. 이 늙은 여우의 속셈은 뻔했다. 해서 맞대응했다. "어떻게 가르쳤기에 성적이 이렇게 안 나와!"로 포문을 열었다. 당시 근무했던 학교는 정말 최악의 학구였다. 학생들 전반적 학습 능력이 상당히 낮았고 갖은 문제로 시달렸다. 학구가 열악한 것을 알면서 지금 교사 탓을 하는지 맞받아쳤다. 그리고 늙은 여우를 흥분시킬 한 마디도 보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한 단원에서 25문항을 뽑아내면 문제 난이도가 확연하게 올라가는데 월말고사를 만들어 놓고 지금 낮은 성적 탓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냐?"였다.

늙은 여우는 이른 아침과 방과 후 이후 시간까지 학생들을 잡아두고 가르칠 명분을 만들려 했는데 내게 몰상식하단 소리를 들게 되니 내게 고함을 질렀다. 여기서 물러섰다가는 학생들만 늦은 시간까지 교실에 잡아두는 못할 짓을 하게 될 것이 뻔히 예견되었다. 교감이 나를 교장실에서 끌어냈고 뭐라 또 잔소리를 시작하려 하기에 선공을 했다. 내가 가출하는 학생 지도를 할지 아니면 늦은 시간까지 가르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 했다. 학습을 선택하시면 가출 학생들은 관리자 두 분께서 직접 챙기시라고 말이다. 결국 교감은 가출을 막아달라 했고 교장도 입을 닫았다.


말도 안 되는 한심한 일들을 모른 척해야 할지 아니면 바른 소리를 해야 하는지 & 이런 일차원적인 수준의 한심한 선택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 매 순간 한숨만 나왔다.

여전히 런 일들이 어디선가 자행되고 있을 테니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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