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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n 05. 2024

결과론적 뇌피셜

미래를 알아?


결과론적 뇌피셜을 대단한 식견 내지는 안목으로 포장하는 부류가 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운 좋은 선택을 탁월한 판단력으로 화려하게 치장한다.

실패했다면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스토리다. 다분히 결과론적 망상일 뿐이란 것이다.


삶은 노력과 운때가 맞아야 한다. 실력이 있다 해도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타이밍이 오묘하게 맞아야 한다. 여기서 어긋난다면 노력은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결과에 자만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생은 현재 미국 시민권자다. 직업도 미국에서 손꼽히는 곳이기에 억대 연봉을 수령한다. 지금의 모습만 놓고 보면 동생의 삶이 탄탄대로만 달린 것처럼 보인다. 모교인 중앙대 학생으로부터 어떻게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푸시도 받았단다.


대한항공 정직원이 되는데 많은 노력이 있음은 당연하다. 응시한 모든 이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동생에게 다가온 결정적 운은 면접관중 한 명이 중앙대 출신이었단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은 합격하고 나서 한참이 지난 뒤에 알았단다. 미국인과 결혼 그리고 힘들게 들어간 대한항공 퇴사와 델타항공 계약직 입사까지 아마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여러 회사에 동생은 끊임없이 이력서를 넣었고 도쿄전력 미국지사, CJ 미국지사 등등 매해 직장을 바꿨다. 그 과정에 엄청난 노력이 있었음은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이혼 후 현재 자리에 오기까지 타국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하나뿐인 동생이 어찌 지내는지는 SNS를 통해 확인할 뿐이다. 직접 연락하지 않는 것은 무슨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내가 어설픈 오지랖을 부릴까 싶어서이다. 어머니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내 소식 또한 동생에게 그리 전달될 것이다. 이혼 문제나 이직 문제에 대해 내 옹색한 견해로 참견질을 할까 싶어 말을 아끼고자 함이 가장 컸다.


내 삶을 빗대어 어설픈 조언질을 건넸더라면 지금 동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싶다. 동생에게 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기에 현재 동생의 포지션은 온전히 동생의 몫이다. 만일 내가 오지랖을 부렸다면 동생의 결과까지 내 덕으로 치장하는 몹쓸 짓을 부렸을지도 모를 일이지 싶다.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네 탓처럼 말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 하루 앞도 장담하지 못하면서 현재 결과를 두고 과거 선택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오만함이다.

결과를 두고 과거의 선택에 가치를 부풀려 과장하는 일은 명백한 뇌피셜이다. 나름 성공했다 자부하는 이들이 쉽게 빠지는 오류다. 자신의 성공도 타인에 대한 설익은 충고질도 시작과 끝을 모르는 뇌피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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