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Jun 22. 2024

누리는 삶

한 번은 꾸었을 꿈

누리는 삶은 어떤 것일까?

누려본 적이 없으니 난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일주일에 이틀만 일을 하면 그만인 1년이란 특별한 시간에도 난 어떻게 하면 부를 조금 더 끌어 모을 수 있을지를 고심했다. 이런저런 공모전에 기웃거렸으니 말이다. 바득바득 긁어모을 묘수가 없었기에 내가 택할 방법은 지출을 줄이는 방법뿐이었다. 돈에 함몰되어 시간을 누리지 못하고 말았다.


현재의 절대적 궁핍이 원인은 아니었다. 비빌 언덕이 없기에 흔들림에 대한 막연한 걱정은 늘 있어왔다. 일어나지 않을 리스크를 상상하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되어버렸다. 궁핍을 알기에 더 회피하고픈 욕구가 강한 것도 분명 있다.


풍족이란 베이스를 깔고 살아봤다면 어땠을까 가끔 상상해 본다. 물론 현실감 없는 막연함 뿐이다.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았을지 감도 안 온다.


누리는 삶을 꿈꾸는 것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미련이 아직까지 남아있음은 아니다. 지금의 난 풍족에 허우적거릴 정도는 아니나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들만 너무 강하게 쥐고 있는 나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전혀 모른다. 이 답답함의 근본이 어딘가 곱씹다 이른 지점이 누려보는 삶이었을 뿐이다.


누림이 행복이고 못누림이 불행이란 맹신 혹은 동경은 아니다. 그런 것을 시기할 만큼 한가롭지도 못하다. 무엇보다 인간의 기억은 생각보다 변조가 쉽단다. 지나간 일들에 대한 기억은 현재의 내가 체계적으로 조작하면 그만이다.


종종 망상에 빠지는 것을 보니 내가 살만한가 싶다. 삶에 치이고 있었다면 내 삶은 일과 잠뿐이었을 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어지는 번아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