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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대한 감흥이 달라진 이유

내 안에 있었다.

by Aheajigi

나이가 들수록 명절은 시큰둥하다. 설렘보다는 장거리 운전에서 비롯된 피곤함이 먼저 떠오른다. 사회나 경기 탓을 하며 예전만 못하다 푸념하곤 한다.


물었다. 꼬맹이들에게 명절은 어떠한지 말이다. 물론 온도차가 심하긴 하다. 기대된다는 반응도 있지만 별다를 게 없다는 녀석들도 왕왕 있다. 이런 차이는 아마 예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는 명절을 기다린다. 학교에 오지 않아서 좋은 게 아니냐 확인차 물으면 명절은 주말이나 공휴일과는 또 다른 기대가 있다 한다. 용돈이나 선물도 있을 테지만 여러 사람과의 북적거림에서 오는 가족이란 울타리의 묵직한 포근함도 있지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명절이 그저 그런 날인 이유가 오랜 기간 겪어온 친숙함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닌 듯싶다. 가볍게 매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다음 스텝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고심들의 무게 때문은 아닐까 싶다. 쉬면서도 일을 생각하고 휴가를 떠나서도 돌아와서 해야 할 것들을 담아두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도 감흥 없는 명절의 시작을 보내고 있다. 뭐든 좋아라 기대하는 꼬맹이들의 순수함이 아련하게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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