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은 입 안에서 시작됐다.
나는 잇몸과 치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오른뺨 아랫니를 볼 때 잇몸에 우르릉 지진이 이는 듯하더니 맨 안쪽 어금니가 거대한 뿌리를 드러내며 천천히 빠지는 것이었다. 어금니의 뿌리는 빌딩처럼 두툼하고 길었다.
이 빠지는 꿈. 꿈을 꾸고 얼마지 않은 2014년 12월,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당뇨를 오래 앓으셨는데, 각종 합병증으로 고생하셨다.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고 당뇨발도 왔다. 5년여 요양 병원에서 생활하시다 끝내 고향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병상에서 소천하셨다.
친가, 외가를 통틀어 유일하게 살아계신 어른이셨기에,
할머니의 부고를 들었을 때 나는 가문의 지붕이 날아갔다고 생각했다.
5남매 장남인 아빠는 장례식 내내 술만 들이키셨다.
지붕을 잃은 기둥의 슬픔이란,
지붕 아래 모든 것들의 가슴을 졸일 정도로 심한 휘청거림이었다.
2.
이번에도 입 안,
입이 쩌억 벌어지더니 커다란 앞니가 쑥하고 빠져버렸다. 땅에 떨어진 앞니는 반으로 두 동강 났는데, 속은 까맸다. 유난히 크고 가지런해서 평소 예쁘다 칭찬받던 대문니, 아끼던 이였다.
빠진 이는, 겉은 깨끗한데
속은 시커멓게 썩어있었다. 불길했다.
2016년 1월, 나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고모의 췌장암 소식을 들었고, 2017년 5월, 고모와 영원히 이별했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손아랫동생을 잃은 아빠는 장례 기간 내내 영정을 지키지 못하고 장례식장 주변을 배회했다.
아빠는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차오르는 눈물을 쏟고 돌아오고, 또 쏟고 돌아왔다. 큰고모를 유난히 따랐던 막내 고모는 발인하는 날까지 오열과 실신, 오열과 실신을 반복했다.
3.
이번엔 아래 송곳니였다.
빠진 송곳니 뿌리에는 낚시 바늘 같이 생긴 날카로운 쇠갈고리가 2개나 달려있었고,
그 두 갈고리 끝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
아프고 아팠다. 갈고리는 사정없이 잇몸을 도렸다.
이렇게 아프게 빠진 송곳니는
다름 아닌 내 아빠였다.
2019년 7월,
내가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 했던 단 한 사람,
가장 미워했고 가장 사랑했던,
호랑이 같았고 강철 같았던 사나이 -
내 아빠가 내 세상에서 영영히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