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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Aug 21. 2024

괜찮을 거야

불안함이 감사함으로 (8년 전 오늘 사진)

예상치 못한 순간, 저 멀리 떨어진 수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유독 불안해 보이는 내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현미경으로 확대한 것처럼 선명하게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부터 조용했던 심장이 불규칙한 박동으로 뛰기 시작하고, 마음속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불어 닥치기 전에 내 감정과 바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괜찮을 거야"



침묵 속에서 나만의 언어를 되뇌며 스스로를 안심시켰지만, 그의 다음 행동이 어떨지 예상되어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 시선을 떼지 못하고 그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내 안경의 시야가 미치는 거리 안에 떨어져 있어 그마다 다행이라 여기며 내 아이에게서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그를 바라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 눈가에는 벌써 눈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과거의 반복적인 경험이 준 눈물이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어서, 얼른 흐르는 눈물을 빠르게 훔쳐 냈지만 다시 솟아나는 속도가 더 빨라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었다  굵은 눈물 줄기가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 느꼈지만 그때부터는 그냥 흐르게 놔두었다 그 눈물이 따뜻한 눈물이라 오히려 다행이라 여기며 내 마음을 담은 눈물이 그대로 배설되기까지 조용히 나를 기다려줄 수 있어 감사하단 생각마저했다 그렇게 한동안 내 마음이 진정되기까지 오롯이 나를 기다리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옆에 있는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온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데, 내 아이는 그럴 수 없는 현실 속에 놓여 있었다 한 손으로 모든 걸 처리해야 하는 부자연스러운 모습 속에 그는 늘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아이는 빛나고 아름다웠다 늘 실수가 따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기 삶 속에서 여전히 회복이라는 이름의 희망의 나라로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몸이 내 맘처럼 되지 않는다



언제나 불편한 몸을 사용한다는 것은 아슬아슬한 곡예줄을 타는 것과 같다 금방이라도 부딪히고 넘어질까 봐 늘 신경이 쓰인다 또 어디에 몸을 부딪혀 멍들어 올까 봐, 들고 있던 물건을 순간 놓쳐 자기 몸이나 타인 몸에 떨어트려 누군가 크게 다칠까 봐.. 늘 마음이 쓰이지만 그게 주어진 디폴트값, 살아가야 할 현실이었기에 우선 받아들여야 했다 다만 그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데 가족 모두가 온전히 마음을 쏟는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가르쳐 주고 타일러 주고, 이해를 시키면서 그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받아들일 수 있도록 느린 속도이지만 안전히 걸어갈 수 있도록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고통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고통은 인간에게 적잖은 아픔을 준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한 현실 속에서도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매사에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그마저 받아들이는 몸이 그 도움을 편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아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 아들은 늘 마음처럼 되지 않는 자기 소유의 저항하는 몸과 겨루기를 하느라 매사에 진을 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역경을 딛고 지금까지 참 잘 자라주고 있다 그는 어른도 갖기 힘든 삶의 태도를 지니고 살고 있다 그는 매일 감사를 고백하는 사람이다 물론 물어봐야 감사를 말하는 단계에 있지만 그는 여전히 기쁜 마음을 놓치지 않고 일상을 재미나고 멋있게 살아가고 있다 핸드폰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면 리듬에 맞춰 바로 춤을 출 줄 아는 유쾌한 사람으로 잘 자라고 있다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10년 정도를 믿음으로 달려가면 더 나은 여건의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기대와 다른 어려운 삶이 여전히 우리 앞에 서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의 선택이 우리의 삶을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매일 감사했던 작은 순간들을 서로에게 이야기하고, 이를 일기처럼 기록하며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불안한 마음 대신 감사함으로 가득 채워진 영광스러운 삶을 오늘 살아간다



이런 습관은 나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도, 더 좋은 삶을 불러 들일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만들어 주었다 감정 카드를 통해 내 마음이 지금 어떤지 말해주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연습을 매일 하며 지낸다 이러한 삶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이었을까?



숱한 고통을 주셨지만, 그 결과로 오히려 깊은 평화를 얻는 방법을 매일 배우고 있다 기쁨 이는 오늘 아침에도 춤을 추고 음정에 맞지 않지만 자기 나름의 진심 어린 찬양을 부르는 경험을 쌓았다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기쁨을 누리고 나누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오늘 밤에도 아빠와 감사 제목을 마음에서 꺼내 나누면서 흡족한 표정을 지을 아들 모습이 그려진다 그는 그리고 아빠 품 속에 파고든 상태로 깊은 잠에 들 것이다



비록 나는 무명이어도, 공허하지 않다


두려움 속에서도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의 속도로 전진할 것이다    

혼자 걷지 않고 지치고 상처받은 수많은 이웃들과 함께 손잡고 이 복된 길을 걸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vy45g-0-js&t=62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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