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지도보다 선명한 나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환희이며 기대의 연속이다
누구에게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자기만의 '내면의 길'이 있다. 우리는 그 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가늠하며 조심스럽게 주어진 매일을 우직히 나아갈 뿐이다. 그 길이 전기신호와 화학작용의 단순한 결과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은 우리의 길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예상보다 훨씬 길다.
한 달 혹은 사십일 남짓 걸어야 끝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km를 넘지만, 인간의 혈관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은 거리다. 10만 km 가까이 되는 '인체의 길'이면 족히 지구 두 바퀴 반을 휘감아야 비로소 끝이 난다. 그렇다면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그 길'은 대체 그 길이가 얼마쯤 될까? 현대 의학으로도 밝혀지지 않은 아직 아무도 정확히 모르는 길이다.
새벽에 눈뜨고 습관을 따라 오늘도 첫 예배를 드렸다. 신년 마음의 간절한 소원을 담아 기도하고 성경 말씀을 듣는 것으로 주어진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이라는 짧은 세월이 내게 무엇을 가져다 줄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도 어제처럼 성실하게, 진실하게, 꽉 차게 하루를 살 것이다.
내게 있어 지난 2년은 상실의 시간이었다. 황무지와 같은 길을 뚜벅뚜벅 걷는 여정과 같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겪어 나가면서 도무지 그 원인과 결과를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내게 그 지난한 시절이 '매일 기념일' 같았다는 점이다.
살며 사랑하며 끝없이 배워야 하는 트랙 위를 뛰면서 한 해를 성실히 보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나 결과가 없다. 다만 충실한 과정이 있었을 뿐이다. 내가 걷는 길을 모두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받아들여야 할 지점에 머물러 서서, 자주 생각했다. 깊게 철학하려 했다. 주어진 그 길을 무던히 사랑하려 애썼다.
나는 거의 불평이라는 걸 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짧은 단편 소설과 같은 챕터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삶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매일 남겨질 에피소드를 세심하게 선별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지난 2년 동안 내 주위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혼탁한 세상 속에 지금 내 마음에 머무른 생각들이 나로 하여금 그런 말들을 하게끔 만들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는 자기만족적 해석에서 비롯된 교만한 고백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내 삶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수많은 물질을 잃었다. 그러나 동시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많은 가치를 얻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감이란 이런 것인가 싶을 만큼 벅찬 순간의 연속이었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시간이 최소화되었다. 마땅히 시간을 쓸만한 가치 있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하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주어진 길을 잘 가고 있다.
이길 줄로 믿습니다.
잘 될 줄로 믿습니다.
승리할 줄 믿습니다.
주일이면 고백하는 기도문 끝자락 이 세 문장처럼, 특별히 지난 2년의 황무지와 같은 나만의 삶 속에서 줄곧 외쳤다. 결국 이길 줄 믿는다고, 승리할 줄 믿는다고, 결국 다 잘 될 줄 믿는다고. 지난 한 해,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힘들어하는 아이 두 눈에 깊은 슬픔을 보며 기도 중에 혼자 많이 울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도저히 막을 길이 없었다. 시간을 따라 아주 조금씩 회복되는 아들의 마음을 지켜보는 일상은 내게 커다란 안도감을 주고 있다. 어제 보다는 오늘이 아주 조금이지만 더 나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내면의 지도를 따라 걷다 보니,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몇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돈을 잘 버는 것도, 글을 잘 쓰는 것도, 말을 잘하는 것도 가장인 내게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사람이 되고 나서의 일이다.
어느덧 나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 이 세상을 사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 굳게 믿는 부류의 사람이 되었다. 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가 있고,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아내가 있고, 여전히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양가 부모님이 살아계시다. 얼마나 오래 그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져 있는지 여전히 모르는 상황 가운데, 올해 내가 가장 주의를 기울이고 싶은 부분은 그들을 가장 먼저 '살며, 사랑하는 것이다.' 신년에 삼일을 비워, 집안 대청소를 했다. 제법 너저분한 집이 정리가 돼 가고 있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그렇게 복잡해 보이던 일들도 하나씩 하나씩 해치우다 보면 머지않아 해결이 되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내 내면의 지도는 구글 지도보다 훨씬 선명도가 높다. 나는 어디를 향해 걸어야 하는지,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나는 살며 사랑하며 수많은 이들을 가슴에 품고 올해도 모두와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올해는 모자원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희석시킬 것이다. 대양에 먹물이 조금 들어간다고 한들, 그것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인생이라는 우주와 같은 길 가운데 슬픔이 조금 떨어진다 한들, 그것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누군가를 위해 유산을 남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