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대화의 세 가지 유형과 네 가지 대화의 기술
부부와 연인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그 관계가 행복한 관계인지 알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말이 많이 오고 가면 훌륭한 대화일까.
그대의 과거에 부모, 선생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려보자. 일방적인 이야기, 반복되는 잔소리와 푸념, 나의 마음상태에 호응하며 나누는 말들. 당신은 어떤 대화에서 기분 좋았는가. 부부 사이도 똑같다. 부부 대화의 유형을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1) 시비거는 대화 (Turning Against)
서로의 생각과 말에 대해 반박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2) 외면하는 대화 (Turning Away)
주제와 관련없는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며 딴소리를 한다.
3) 다가가는 대화 (Turning Toward)
서로의 기분과 감정을 함께 공감하며 마음을 나눈다.
다가가는 대화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낮춘다. 부부의 역할은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것임을 기억하자. 서로 편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작은 실천 속에 행복의 비결이 숨어 있다.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부부싸움의 '내용' 때문에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싸움의 '방식' 때문에 이혼한다."라고 했다. 즉 '무엇' 때문에 싸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싸우느냐가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부부관계를 위협하는 요인은 아래와 같다.
1) 비난 (criticism)
상대방에게 인격적,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7:3 비율로 비난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대체 당신은 어떻게 된 사람이!"
"당신은 언제나... " (한번도, 결코, 항상, 늘, 절대로, 맨날 등의 표현)
2) 경멸 (contempt)
자신을 상대방보다 우월한 위치에 놓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깔보는 표현이다.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먼저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인류의 공통적인 7가지 표정 중 하나인 '눈을 흘기면서 왼쪽 입술 끝을 볼 근육으로 잡아당기기' 로 경멸을 표현한다.
"주제 파악이나 하시지!"
"여자 주제에."
"흥, 꼴에 잘난 척은."
"어쭈?"
"이 새대가리야!"
"꼴에 자존심은 있나 보지?"
3) 방어 (defensiveness)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잘못만을 주장하는 것으로, 때로는 과거를 끄집어내어 역공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는 소리로 희생자 같은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는 넌 뭘 잘했는데?"
"네 탓이지, 내 탓이냐?"
"자기도 화날 땐 그러더라!"
"왜 나만 잘못했다고 그래?"
4) 회피 (stonewalling)
'너 혼자 떠들어라' 하는 식으로 상대의 말에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7:3 정도로 회피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 마주치지 않기, 핸드폰 꺼놓기, 각방 쓰기, 집 나가기 등
실제로 겪어서 익숙한 대화 유형도 있을테고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자주 봐서 익숙한 대화 유형도 있을 것이다. 위의 사례는 안 좋은 대화, 관계를 악화시키는 대화이다. 사이가 나빠지고 싶다면 기꺼이 사용을 권장하지만 상대방과 성숙한 사랑을 이루고 싶다면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그럼 대화를 잘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4가지 대화의 기술을 참고하여 행하고 체득해보자. 꼭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만 통하는 기술이 아니다. 부모 자녀 사이, 그리고 친구와 동료 관계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1) 메라비언의 법칙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친절한 태도, 웃는 얼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화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노력하자.
미국 UCLA의 말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교수는 대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중요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말의 실제 내용의 중요도는 7%, 태도와 표정 등의 비언어적 요소의 중요도가 93% 였다.(태도 20%, 표정 35%, 목소리 38%)
아무리 사랑한다 고백해도 경멸하는 태도, 무관심한 표정, 화난 목소리로는 사랑을 담아낼 수 없다는 얘기다.
2) 나쁜 대화습관
아래의 행동은 하지 말도록 하자. 대화와 관계 유지는 물론 나의 정신건강에도 전혀 도움되지 않는 습관이다.
(1) 내 말은 항상 옳고 상대는 항상 틀리다고 주장한다.
(2)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3)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고 피해자일 뿐이라고 믿는다.
(4) 상대를 짓누르고 무시한다.
(5) "절망이야! 끝장이야!" 하고 포기한다.
(6) 자기 요구사항만 주장하고 남의 처지는 생각지 않는다.
(7) 화가 났으면서도 화 안 났다고 부인한다.
(8) 모든 것을 무조건 내 탓이라고 자신을 비하한다.
(9) 목소리와 말투에 비난과 냉소가 깃들여져 있다.
(10) 옛날 얘기나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려버린다.
by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번즈 박사(David D. Burns)
3) 좋은 대화습관
아래의 습관을 실천하도록 노력해보자. 처음엔 어색할 수 있고, 참기 어려울 수 있다.(아래의 습관 중에는 '내 말을 하는 것'을 참아야 하는 것이 많다. 3번, 5번, 6번, 10번처럼 말이다) 그러나 성숙한 관계와 사랑은 거저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1) 배우자의 말에 맞장구를 쳐준다.
(2) 때와 장소와 분위기에 맞는 말을 한다.
(3)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4) 서로의 눈을 맞추고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대화한다.
(5) 배우자가 말하는 도중에 끊지 않고 충분히 말할 기회를 준다.
(6)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 이상 반복하지 않는다.
(7) 칭찬과 격려와 사랑의 표현을 밥 먹듯이(당연하고 꾸준하게 매일) 한다.
(8) 비어나 속어가 아닌 바르고 좋은 말을 골라서 사용한다.
(9) 웃는 얼굴로 대화한다.
(10) 배우자의 말을 경청한다.
by 이민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4) 1:2:3 법칙
1분 동안 말을 하고, 2분 동안 말을 듣고, 든는 동안 적어도 3번은 맞장구를 쳐야 한다는 법칙이다. '원투쓰리 법칙;이라고도 하며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대화 기법이라고 한다.
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배우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면 배우자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 대화의 기술 중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경청이다.
우리 모두 사랑하고 사랑을 얻는 대화를 나누길, 말 뿐만 아니라 몸짓언어로도 애정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기를 바란다.
위 대화의 기술 3항과 4항의 경우는 부모 자녀 사이의 대화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이 기술들을 적극 사용하다보면 자녀들 또한 한층 성숙한 대화의 기술을 지니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함께 하는 어른들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당신이 준 충고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들의 말을 경청해준 것은 기억할 것입니다."
by 카라 로렌스(Cara Law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