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나뒹구는 비닐봉지 같은 한 주를 보냈다.
주변에서 들어오는 자극 하나하나에 격하게 반응했다.
어떤 일이 일어난다. 극심히 괴로워한다. 서서히 괜찮아진다. 다시 어떤 일이 일어난다. 처절히 괴로워한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심신이 너덜너덜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 주가 끝나 있었는데, 그 와중에 한줄기 깨달음 같은 것이 떠올랐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지랄 맞은 것도 있지만, 그 자극에 반응하는 나의 태도 또한 만만치 않게 지랄 맞은 건 아닌지…. ’
주변에서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내가 무게가 있다면 이렇게 미친 듯 널뛰지는 않았겠지.
내 안에 기준과 중심이 없기 때문에 - 그래서 이렇게 비닐봉지 만한 무게 밖에 안 되는 거다.
주말에 오랜만에 서울에 있는 쇼핑몰에 갔다. 대중교통으로 거의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둘러보니 쇼핑몰 안에 있는 가게 간판이 거의 다 영어였다.
순간 마치 외국의 어느 쇼핑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간지도 오래되었다. 예전에는 훌쩍 잘만 떠나곤 했는데 요즘은 여행 같은 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고민 속에 머물다 보니, 이렇게 작은 변화 - 서울에 있는 쇼핑몰에 온 것만으로도 새롭고 신선한 감상이 들었다.
친구에게 그런 감상을 이야기했더니 왜 그렇게 집에만 있냐고 했다.
나는 매일 회사로 여행을 떠나느라 힘들어서 다른 것을 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매일 출퇴근 시간이 지방 소도시를 오갈 정도 걸리기 때문에, 출퇴근만 해도 진이 쏙 다 빠져서
여행도 갈 수 없고, 주말에 서울에도 올 수 없고, 자기 계발도 할 수 없고, 운동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진절머리 나게 긴 출퇴근 시간 때문에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 시간을 기회로 보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즉 집에 오면 게을러지는 자신이 강제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순간 뭔가 띵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버리는 시간이, 그 친구에게는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 관점의 차이가 변화를 만드는 거겠지.
나도 채워 넣고 싶다. 그런 것들로 차곡차곡 - 이렇게 한없이 가벼운 내 안에 무게가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