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5
Text | Chanho Hwang
Photos | Chanho Hwang
강동구 끝자락 어딘가, 김연정·김혜정 자매가 운영하는 마마스마일을 찾았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두 엄마의 모습과, 그들의 손끝으로 완성된 공간은 신기하게도 꼭 닮아 있었다. 서로의 긍정적인 상호 작용으로 선순환을 그리고 있는 그들에게 마마스마일에 담긴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보았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김연정)저는 약 20년간 UI/UX 디자이너로 일해왔어요. 그런데 점점 물성이 없는 디자인에 갈증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손에 쥐어지고 만질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지금의 브랜드로 이어졌어요. 현재는 다양한 디자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김연정입니다.
(김혜정)저는 언니의 설득에 의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고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재미를 느끼고 다양한 경험과 고객과의 접점에서 하루하루 정말 재미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김혜정입니다.
마마스마일은 어떻게 만들어진 브랜드인가요?
(김연정)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곳이 내가 좋아하는 일의 연장선이었으면 했죠. 그런 준비를 미리 하고 싶었는데, 혼자서 하기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을 한다면 가장 편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게 제 동생이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매일 출근길에 동생을 전화로 꼬드겼죠. 같이 준비해 보자고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마마스마일이군요. 두 분의 합은 어떤가요?
(김연정)저희는 자매임에도 불구하고 성향이 정반대예요. 저는 생각하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 성격이고, 동생은 어떤 일을 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신중한 스타일이죠. 그런데 이런 다른 성향이 의외로 잘 어울려요. 어떤 고비나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 그런 상호작용이 일어나나요?
(김연정)저는 일을 빠르게 추진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그 이후의 케어가 부족한 편이에요. 반면, 동생은 꼼꼼해서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잘 채워줘요. 회사를 다니면서 긴급한 의사결정을 많이 하다 보니 빠른 판단은 익숙하지만 세세한 부분을 놓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동생이 조용히 던지는 한마디가 저에게 큰 도움이 돼요. 의사결정에 균형을 잡아주죠.
마마스마일은 어떤 곳인가요?
(김연정) 저희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특정한 범위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자체 제작 상품도 판매하고, 좋은 제품이 있으면 소싱해서 판매하기도 해요. 큰 틀에서 보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기도 하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큐레이션 해서 판매하는 편집숍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요.
마마스마일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김연정)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다 보니, 엄마가 밝으면 그 집안 전체가 밝아진다는 걸 느꼈어요. 아침을 열고 마지막에 아이를 재우는 순간까지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엄마잖아요. 또,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왔을 때 아내의 얼굴이 환하면 그 하루가 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처럼 삶이 퍽퍽할 때 엄마들이 숨 쉴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마스마일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유쾌한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어요.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김연정)이곳은 사무실이자 디자인 스튜디오의 기능을 겸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디자인 업무를 해오다 보니, 그 역량을 바탕으로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동시에 오프라인 가게 역할도 하면서 고객들과 직접 만나고 물건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재택근무만 했는데, 집에서 살림도 하고 일도 하다 보니 공간을 분리할 필요성을 느꼈죠. 그리고 동생에게도 일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공간의 분위기가 굉장히 명랑한 느낌이에요. 놓여 있는 가구나 색감에서도 그런 에너지가 느껴져요. 이것도 마마스마일 스타일이 반영된 걸까요?
(김연정)맞아요. 저희의 취향이 물건 하나하나에 묻어나 있다고 보면 돼요. 색감을 쓸 때에도, 또렷한 색채를 가진 오브제들이 주는 포인트를 좋아해요. 저의 디자인 스타일 자체가 명랑한 편이기도 하고요. 공간은 계속 변화를 주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밝고 활기찬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인스타그램 계정만 보면 한 분이 운영하시는 브랜드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김연정)맞아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착각하세요. 심지어 전화 목소리도 비슷해서 헷갈려하시기도 해요. 인스타그램에 저희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저희는 개인적인 부분을 많이 드러내는 걸 선호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거래처 사장님들과 소통할 때도 “직접 만나 얘기하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세요. 이 공간은 그런 대면의 기회를 만들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해요.
이곳이 강동구 끝자락이에요. 이 위치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김연정)이 동네가 신구역과 구 구역이 묘하게 섞여 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오래 사신 어르신들도 계시고 조용한 분위기인데, 아파트 단지에는 젊은 가족들도 많아서 아이들도 많고요. 차분함과 생기발랄함이 공존해서 균형이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동생의 집이 근처예요.
(김혜정)아이들의 교육과 생활환경을 고려해서 이 동네로 이사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를 돌보면서 일하려면 사무실이 가까워야 하겠더라고요. 언니는 용인에 살고 있는데도 저를 굉장히 많이 배려해 줬어요. 그리고 이 지역에는 저희 고객층과 비슷한 주부들이 많아서 오프라인 공간을 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곳을 직접 인테리어 하셨다고 들었어요
(김연정)대단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저희가 직접 페인트칠도 하고 시트지도 붙이고, 기존 구조물도 철거하면서 하나하나 공간을 만들어갔죠. 공간에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을 정도로요. 생각보다 꽤 힘들어서 동생과 저, 둘 다 “우린 벌 받으려고 태어났나 봐” 하고 웃은 적도 있어요.(웃음)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김연정)벽에 붙은 선반을 철거해야 했는데, 저희 힘으론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마침 건물 뒤편에서 공사 중이던 분이 계셔서 음료수를 들고 가 도움을 부탁드렸어요. 멀쩡한 모습으로 갔으면 안 도와주셨을 수도 있는데, 철거하다가 땀 흘리고 먼지 묻은 몰골이라 불쌍해 보였는지 흔쾌히 도와주셨어요.
이곳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겠어요.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가 있나요?
(김연정)들어오자마자 마주하는 공간이요. 햇살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기도 하고, 마마스마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이에요. 첫인상을 좌우하기도 하니까 애정이 깊죠.
(김혜정)우리가 좋아하는 색감도 묻어 있는 공간이에요. 간판 대신 인스타그램 계정을 네온사인으로 걸었는데, 작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응축시킨 공간이랄까요. 지나가다 발길을 멈춰 그 자리까지만이라도 들어오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마마스마일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김혜정)보통 직장인처럼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있어요.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그렇게 시간 규칙을 만들었죠.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출근해서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 저녁을 챙기고요.
(김연정)딱히 정해진 루틴이 없이 성실히 주어진 일을 하는 편이에요. 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그 안에서 해야 할 일들이 하루하루 다르거든요. 어떤 날은 외부 미팅을 다녀오기도 하고 어떤 날을 영상을 촬영하기도 하는 식으로요.
운영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김연정)저는 목적 지향적으로 사는 사람이에요. 회사 다닐 땐 항상 미션과 평가가 있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는 주어진 자유가 너무 낯설고 어려웠어요. 성실하긴 해도 가만히 있으면 불안이 엄습하거든요. 그럴 때 동생이 저를 끄집어내요. 커피 한 잔 마시며 시시한 얘기를 나누고 햇살 아래 산책도 하고요. 개그 코드도 잘 맞아서 늘 웃어요.
(김혜정)별거 없어요. 그냥 웃으며 하는 거죠. 웃을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웃고요. 하나 떠오르는 건, 저희가 온라인 유통을 하다 보니 제품 소싱에 어려움이 있어요. 규모가 작기 때문인지 원하는 제품을 들여오기 힘든 경우가 많죠.
반대로 보람을 느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김혜정)저 같은 경우는 전업주부 생활을 했었는데, 일을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좋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행위 자체가 제 멘털을 키워주더라고요. 평생 스스로 키워본 적이 없었던 거 같은데. 계속해서 선순환으로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니 아이들이나 남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가고요. 이 일 자체가 제 인생에서의 보람이에요.
(김연정)저는 그런 동생을 꼬셔 이 길로 함께 온 게 제 보람이죠. (웃음)
마마스마일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김연정)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커요. 즐겁게 해야 오래 버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누구의 눈에 눈물 맺히게 하면서 돈 벌지 말자, 정직하게 살자, 그런 가치요. 근데 세상이 꼭 그렇게 돌아가진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김혜정)일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는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해요. 고객이 원하는 건 저렴하고 적당히 예쁜 물건일 수 있지만 저희는 시각적 완성도나, 만듦새로 봤을 때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타협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분명 이 지점을 찾는 코어 한 층이 있을 것이고, 그 부분을 찾아가고 다듬어가는 과정 중에 있어요.
이곳에서 더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나요?
(김연정)누군가의 시작을 도울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특히 경력 단절 여성들이 저희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 일이 이 공간에서 이루어졌으면 하고요.
(김혜정)소규모 모임을 위한 공간 대여도 구상 중이에요. 조용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잖아요. 클래스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마마스마일의 공간이 어떤 공간이 되길 희망하는지 말해주세요
(김연정) 그냥 기분 좋은 곳으로 기억 됐으면 좋겠어요. 도파민이 폭발하는 느낌이 아니라, 이곳을 떠올렸을 때 피식 웃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안 힘든 사람 없잖아요. 이곳은 유쾌함이 머무는 공간이길 바라요.
(김혜정)저희는 늘 이곳이 동네의 복덕방 같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이 공간 안에서 우리를 많이 드러내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편히 들를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해당 인터뷰는 금전적 대가를 받은 광고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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