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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없는 하루 한 잔

연인로스터리

by 아공간

불만 없는 하루 한 잔



Episode.6

Text | Chanho Hwang

Photos | Chanho Hwang



모두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스탠다드한 커피를 지향한다는 황현식 바리스타. 화려함보다는 균형과 지속 가능성을 택한 그의 무난함은 오히려 깊고 단단하다. 햇살이 출입구를 포근하게 감싸는 연인 로스터리의 공간은 그가 추구하는 커피처럼 조용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준다. 튀지는 않지만 오래 머물고 싶은 그의 공간에서, 연인 로스터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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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와 공간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연인 로스터리’라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황현식입니다. 이 공간은 특별한 요소가 있진 않지만, 누구나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커피 역시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스탠다드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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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개성 있는 카페들이 많잖아요. 무난함을 추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커피를 시작한 지 거의 10년쯤 됐는데, 처음에는 저도 좀 튀어 보려고 했어요. 메뉴 하나를 만들더라도 독특하게 구성하려 했고요. 그러다 호주에서 잠시 살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현지 로컬 카페들은 대부분 메뉴가 특이하지 않더라고요. 10군데를 가도 비슷한 구성이었죠.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그게 인상 깊었어요. 저도 점점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지금은 커피 자체를 심플하게 바라보려 하고 있어요.



그런 성향은 현식님의 성격과도 연결되어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뭔가를 크게 만족시키기보다는 불만족을 줄이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소심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스스로를 자주 의심하는 편이고요. 로스팅을 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볶았는데도 결과가 달라질까 봐 매번 불안하죠. 약간의 완벽주의 성향도 있어서 실패 없이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걸 더 선호해요. 이런 성향이 공간이나 커피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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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길게’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무난한 공간이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포인트가 있다면요?

두 군데가 있어요. 하나는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정면 바예요. 손님과 마주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제가 필터 커피를 내리는 자리죠. 솔직히 말하면 그 자리에 있는 제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해요. (웃음) 다른 하나는 입구 쪽이에요. 햇볕이 따뜻하게 잘 들어오고, 문 바로 앞이라 손님이 들어올 때 포근함을 느낄 수 있어요. 바로 앞이 학교라 학생들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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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인천인데, 특별히 이 지역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지역 자체를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제 고향이 이쪽 근방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이곳 근처에 사시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쪽 부근으로 알아보게 되었죠. 상권을 고려했을 때도 나쁘지 않았어요. 여러 공간을 둘러보다가 이곳을 마주한 순간 따뜻하게 들어오는 햇빛에 마음이 끌려서 큰 고민 없이 계약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곳에 첫눈에 반한 거네요. 그럼 이곳을 계약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려졌던 카페의 이미지가 있나요?

사실 전혀 없었어요. 이 공간에 들어섰을 때, 이곳이 내 자리 같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죠. 공간이 작다 보니 인테리어 배치도 막막했어요. 비슷한 규모의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참고하는 시간들을 가지면서 지금도 제 방식대로 공간을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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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식님만의 방식이 담긴 공간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아직 운영 초기라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로스팅 공간을 오픈된 형태로 바꾸고 싶어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로스팅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요. 바로 앞이 학교라 학생들이 견학 오기도 좋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볍게 들러서 볼 수도 있잖아요. 로스팅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친근하고 재밌는 일이었으면 해요. 많은 카페들이 직접 로스팅은 하지만 그 과정을 오픈해 놓은 곳은 드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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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로스터리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카페를 시작하기 전, 쇼핑몰을 잠깐 운영했었어요. 그때 '연인'과 와인 용어인 '로버스트'를 합쳐 '러버스트'라는 이름을 썼죠. 카페 이름도 그 연장선에서 짓고 싶었어요. ‘연인’이라는 단어에 단순히 연애 관계뿐만 아니라 ‘연이 닿은 사람들’이라는 의미도 넣었어요. 이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연인 로스터리’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생긴 루틴이 있나요?

특별한 루틴이라기보다는, 제 공간이라는 책임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변화들이 있어요. 식물에 물을 주거나, 청결에 더 신경 쓰는 부분들이요. 예전에 다른 카페에 근무하면서도 성실히 일했지만, 지금은 모든 게 제 몫이니까 더 예민하게 챙기게 되는 것 같아요. 공간이 곧 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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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릴 때 고려할 부분이 많은데, 이런 디테일에 흥미가 있으신가요?

물 온도, 양, 원두의 종류나 분쇄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긴 해요. 이런 것들이 맛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부는 필수죠. 하지만 저는 커피를 내리는 행위를 손님과 연결되는 접점,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손님의 지갑을 열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깊고 철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손님에게 더 좋은 맛을 제공하기 위한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어요. 레시피가 조금 바뀐다고 해서 된장이 갑자기 카레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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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커피를 즐기는 순간도 있나요?

그럼요.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마시는 시간도 즐거워요. 다만 쉬는 날에는 집에서 배달을 시켜 먹는 경우가 많아요. 요리사가 집에선 요리 안 한다는 말처럼, 남이 타준 커피가 제일 맛있다는 말이 실감 나더라고요. (웃음)



작은 공간이라 손님과의 거리감이 더 가까울 것 같아요.

맞아요. 대형 카페와 비교했을 때, 이런 작은 카페는 손님과 가깝게 교류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단골처럼 자주 오시는 분들이 생겼고, 그분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들이 꽤 즐거워요. 요즘은 커피를 만드는 행위보다는 그런 순간들에서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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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고 가길 바라세요?

‘따뜻함’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포근하다는 의미를 넘어서, 이 공간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감정을 느끼셨으면 해요. 단순한 카페인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난 짧은 쉼 같은 느낌이요.



현식님에게 ‘좋은 카페’란 어떤 곳인가요?

저는 카페라는 건 결국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카페는 개인이 어떤 곳에 갔을 때 편안하고 좋다고 느끼는 아주 주관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좋은 커피도 마찬가지예요. 누가 어떻게 내렸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가 마셨을 때 맛있고 기분이 좋아지면 그게 제일 좋은 커피죠.

김소희 셰프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미슐랭 기준보다 손님이 맛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요. 저도 공감해요.

오늘 기분이 좋았는데 커피 한 잔이 더 즐겁게 해 줬거나, 우울한 하루에 이 공간이 잠시나마 위로가 됐다면, 그게 바로 좋은 커피이고, 좋은 카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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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공간이 어떤 모습이 되길 바라시나요?

앞으로는 공간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여기를 ‘퍼블릭 커핑’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커피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서, 관계가 형성되는 장이 되었으면 해요. 누구나 편하게 와서 각자 좋아하는 원두를 함께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교류할 수 있는 그런 열린 공간이요.




**해당 인터뷰는 금전적 대가를 받은 광고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아래 사이트에서 인터뷰에 수록되지 않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hwangchanho.com/loversloa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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