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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깨우는 쉼의 방식

어싱사계

by 아공간


감각을 깨우는 쉼의 방식, 어싱사계



Episode.8

Text | Chanho Hwang

Photos | Chanho Hwang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감각을 깨우는 새로운 쉼의 방식을 제안하는 스테이, 어싱사계를 만날 수 있다. 맨발로 걷는 산책길과 마당에 마련된 야외 갤러리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 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경험을 선사한다. 둘이 머물기에도 좋지만, 혼자 찾아도 전혀 부족함 없는 이곳. 어싱사계가 지향하는 공간의 철학과 쉼의 방식을 직접 들어보았다.





어싱사계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어싱사계는 맨발로 접지한다는 의미의 ‘어싱(Earthing)’과 사계절을 뜻하는 ‘사계’를 합쳐 만든 이름이에요. 이곳의 풍경이 사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숙소 옆에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이 이어져 있어요. 그래서 이 지역의 자연적 특색을 살려 브랜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개인적으로도 여행을 다닐 때 맨발로 걷는 걸 즐겼고, 전원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집 마당을 맨발로 산책하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공간이 제 삶의 방식과도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어싱사계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간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컸어요. 특히 15년 넘게 재택근무를 하면서, 머무는 환경이 삶과 일 모두에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껴왔죠.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간의 구조나 정원 같은 주변 환경이 제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코로나 시기에는 양평으로 놀러 오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당시에 저는 전원주택에서 살면서 별도로 분리된 공간을 에어비앤비로 렌트했는데, 몇 년 동안 운영을 하다 보니 공간이 사람들에게 주는 힘을 직접 느낄 수 있었죠. 가족단위로 한두 달 머무르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조용한 지역에서 소소하게 보내는 시간들을 갖다 보니 가족관계도 좋아지고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단순한 여행이나 소비를 넘어서, ‘공간에 대한 가치 투자’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런 공간을 꾸준히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이곳 양평에서 어싱사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싱사계에는 마당에 오픈된 갤러리가 함께 운영되고 있어요. 다른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 갤러리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출판업계에서 작은 아트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그림과 책을 가까이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계절마다 변하는 작은 갤러리처럼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저는 대형 갤러리보다는 작고 조용한 갤러리를 여러 번 찾아가는 걸 좋아했어요. 한 번에 모든 걸 보고 끝내기보다는, 점심을 먹고 다시 들르기도 하고, 쉬었다가 또 방문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전시장은 밤이 되면 문을 닫아야 해서 아쉬움이 컸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에서는 프라이빗하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감상하며 머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스테이들은 스파나 반신욕처럼 피로를 푸는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지만, 저는 그런 쉼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서도 그런 프로그램을 즐기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요.

결국 어싱사계는 고객 취향에 맞추기보다, 제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 만든 공간이에요. 다행히도 이런 방향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주로 어떤 부분에 만족하고 가시나요?

어싱사계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내부 인테리어에 장식적인 소품이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공간이 굉장히 심플하고 깔끔하죠. 덕분에 머무는 동안 오롯이 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인 여행자를 위한 식기 구성도 마련해 두었는데, 이 부분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 역시 혼자 여행할 때 1인을 위한 세팅 같은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면 다음에는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실제로 처음에는 두 분이 함께 오셨다가, 숙소의 구성을 보고 다음엔 혼자 와도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저도 혼자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이런 세팅은 정말 매력적인데요?

그렇죠. 혼자 오면 고기 한 점 구워 먹는 것도 꽤 번거롭잖아요. 불도 피워야 하고 숯도 준비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곳에는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미니 화로 같은 게 있어서, 1인분만 준비해도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스스로를 대접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이 공간은 혼자 여유롭게 찾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어싱사계 공간의 철학이 느껴지는데,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어싱사계는 하루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주말 주택처럼 편안하게 다녀가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실제 주말 주택들도 불필요한 것 없이 필요한 것만 갖추고 심플하게 구성하잖아요. 이곳도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으면서도 공간 자체는 단정하고 군더더기 없어요.


숙박객들이 오셔서 필요한 걸 찾다가 “어? 이것도 있네?” 하고 놀라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게 바로 어싱사계의 특징이에요. 저의 성향이 깊이 반영된 부분이기도 하고요. 예전에 해외 출장이나 장기 여행을 다닐 때도 20리터짜리 작은 가방 하나로 필요한 것만 챙겨서 다녔어요. 짐을 최소화하고, 작지만 안정감을 주는 공간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죠. 그래서 이곳 역시 화려하거나 과하게 꾸미기보다는 작고 아늑한 안정감을 주는 공간을 지향했어요.


저는 이곳이 단순히 “예쁘다”, “멋지다”에서 끝나는 숙소가 아니라, “갖고 싶다”, “나도 이런 집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곳이 호스트님의 성향과 굉장히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머무는 공간, 먹는 음식처럼 특별하지 않지만 편안한 순간들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어요. 그래서 어싱사계도 그런 제 삶의 철학을 그대로 담은 공간이에요.

대부분의 스테이들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지만, 저는 여행을 가더라도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지내는 걸 좋아해요. 짐을 풀고, 공간을 내 집처럼 느끼고, 오히려 숙소에 머무는 시간을 즐기죠. 바깥으로 나가기보다 그 공간 자체를 만끽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싱사계도 일상처럼 편안한 여행을 지향하는 공간이 된 것 같아요.





인테리어 소품이나 장식품을 완전히 배제한 이유도 ‘쉼’과 관련이 있을까요?

맞아요. 장식품이 있으면 아무래도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공간을 단순히 소비하는 쪽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요소들이 오히려 쉼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어요. 소품이나 장식은 행동을 유도하잖아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는 오히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요. 감성 숙소라는 카테고리에 대한 살짝의 반감도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공간 자체를 느끼고 온전히 쉬면서 일상을 좀 더 여유롭게 소비하길 바랐어요. 그래서 소품보다는 자재나 마감 같은 건축적인 디테일에 투자했죠. 그렇게 하면 공간이 더 깊어지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야외 갤러리 공간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요?

현재는 현수막으로 작품을 설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자재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유롭게 꾸며나갈 생각이에요. 사진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미술 등 다양한 작업이 들어올 수 있어요. 또 갤러리와 협업하거나 팝업 행사, 상업 촬영 공간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당에 있는 갤러리는 흰 도화지 같다고 생각해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죠. 큰 확장성을 보고 있습니다.





어싱사계를 운영하면서 생긴 본인만의 리듬이나 루틴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특별한 루틴이 딱히 있지는 않아요. 다만, 이곳을 운영하면서 타 갤러리와의 제휴에 관심이 생겼어요. 어떤 작품으로 공간을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트페어나 갤러리, 작가들을 보는 시선이 확장되었어요. 게스트로 갤러리를 방문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선이랄까요? 이제는 호스트로서,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보게 됐어요. 자신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건 이런 식으로 관점이 달라지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요?

물론 스파에 몸을 녹이고 가만히 앉아 쉬는 것도 좋지만, 맨발로 산책을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마당이나 산책로를 맨발로 걸어보면 흙이나 돌의 질감이 발끝으로 전해지면서, 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이런 몸에서 발현하는 감각을 깨우는 경험도 쉼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자연과 예술 속에서 더 적극적으로 쉼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이곳에서 새로운 쉼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해당 인터뷰는 금전적 대가를 받은 광고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아래 사이트에서 인터뷰에 수록되지 않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hwangchanho.com/earthingsag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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