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포기(?)도 전략이다.
빠른 포기는 장점입니다.
약 8개월 전, 본의 아니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 이제 수입이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제안을 받고 회사를 찾기도 하고 나름의 디자이너로써의 사업을 구상하기도 하고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시간을 보냈다.
블로그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고, 유튜브 편집자 일을 하기도 했고 인스타그램 프리랜서 마케터로도 일했고 스토어 3개를 굴려보는 작업도 해보았다. 그중, 견디기 힘들었던 하나를 포기하게 되었다. 요즘은 조금 사그러 들었으나(내가 관심을 끊어버린 것일지도) 2021년도에 핫하던 비즈니스 부업 '해외구매대행'이었다.
타오바오를 통해 셀러의 대응과 리뷰 별점을 확인하고 상품의 배송 관계, 관세청의 통관, 배대지의 역할, 리셀러의 업무 등을 배우고 익히고 진행하고 리뷰한 제품만 팔았다. 일단, 팔리기 시작했고 다양하게 문의가 왔고 CS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으로서 친절한 응대와 시기별로 안내를 하니 고객 불만이 1도 없었다. 슬금슬금 판매량과 유입이 늘어나고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키고자 국내 위탁판매도 시도하고 꽤 괜찮은 매출 성장 가능성을 보았다.
그런데 포기했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이유는 상품에 대한 불신이 컸다. 직접 보거나 만져보지 못한 상품을 판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일인지 깨달았다. 제품 디자이너, 그래픽 제작, 영상제작 등 컴퓨터로 무조건 제작하고 내 손으로 만들어 내는 일을 주로 해오던 나에게는 내가 검수하지 못하는 상품을 판다는 게 부담이었다. 그것이 사용자에게 넘어갔을 경우 얼굴도 보지 못하고 상품에 대한 설명도 하지 못하는 내가 그 사용자의 반응을 이해할리가 없었다.
사용자는 별달리 불만이 없었다. 구매 안내, 입고 안내, 통관안내, 배송안내, 완료 안내 등 CS 관련해서는 거의 실시간에 가깝도록 안내를 했고 구매자 또한 그 상품에 대해서 이미 알고 필요했고 사용해보았거나 비슷한 제품에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구매했을 것이다. 나도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구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불안했다. 왜 그럴까?
그 결론으로 다다른 것은 디자이너의 본능에 기반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웹/앱 서비스를 만들고 배포하다 보면 VOC와 앱스플라이어 같은 어트랙션 툴을 토대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그 반응을 통해 MVP가 통한다면 개선하고 마케팅 메시지 쿼리를 날린다. 고관여 제품이라면 더욱 그 수준을 높이고 실시간에 가까운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시 여겨야 그나마 서비스에 MOU가 유지된다고 믿는다. (실제로도 그렇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프로덕트가 우리 팀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기획-테스트-진행-검수-배포-리뷰 등을 직접 보고 느끼고 반응하며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다. 여기에서 프로덕트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하고 서비스에 신뢰도에도 반영이 된다. 이것이 유통사업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였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디자이너의 반열로 돌아갔다. 집요하게 신경 쓰고 파고들어 제품과 서비스를 끝없이 개선하는 그 불구덩이 다시 발을 들였다. 손이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친구들이 빠르게 세대교체되고 있지만
나는 믿는다.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