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힘힘 Ahimhim Feb 02. 2019

킹덤(Kingdom, 2019)

화제의 신작, 조선판 좀비물 <킹덤> !




■ 제목: 킹덤(Kingdom, 6부작)

■ 작품 정보: 

    1. 편성 NETFLIX, 2018.01.25 전편 공개

    2. 연출 김성훈(영화 터널, 끝까지 간다), 극본 김은희(시그널, 쓰리데이즈, 유령, 싸인 등)

    3. 제작 에이스토리

    4. 편당 제작비 20억, 6부 약 120억 추정


■ 로그라인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 이창은 아버지의 병에 대한 실마리를 알고 있는 의원을 찾아 조선의 끝 동래로 향한다.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세상을 바로잡고자 간신 조학주와 맞서는 미스터리 스릴러.


■ 인물 관계도

출처: 넷플릭스 트위터


■ 강점 및 특징


좀비, 그리고 조선

   시청자들에게 <킹덤>을 기대하게 만든 것은, 아무래도 좀비에 더해진 '조선'이라는 배경일 것이다. 비록 영화 <창궐>이 먼저 조선시대 좀비를 다루긴 했지만 대중들에게 조선판 좀비를 각인시킬 만큼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때문에 서양 괴물인 좀비를 동양적인 배경으로 불러오는 것은 여전히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왜 하필 '조선'인가. 좀비를 낯선 조선에 등장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이 물음에 잘 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킹덤>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드라마는 좀비의 탄생을 '시대적 빈곤'과 '배고픔'이란 욕망에 연결시킨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의 메인 테마를 '배고픔'이라 밝힌 바 있다. 권력의 허기 끝에 괴물이 된 이들, 그리고 오랜 굶주림에 결국 사람의 살을 뜯어먹고 진짜 괴물이 되어버린 서민들. 이들은 배고픔이란 공통의 주제로 묶이지만, 권력에의 허기가 수많은 서민들의 삶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인과관계로도 묶일 수 있다. 같은 배고픔이지만 전자는 헛된 배고픔이며, 후자는 처절할 정도로 생생한 현실의 배고픔이다. <킹덤>은 이 간극에 대한 풍자를 조선이란 시대 풍자로 엮어낸다. 이 풍자를 매개로 조선과 좀비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 아쉬운 점


1. '좀비'도 좋지만, 먼저 주인공 '이창'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배우 주지훈이 연기한 세자 '이창'은 내게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큰 장애물이었다. 우선은 '이창'이라는 인물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인물의 행동 동기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이창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할 만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때문에 '정의로운 왕세자'라는 설정에도 설득되기가 어려웠다. 이유 없이 착하고 정의롭기만 한, 그렇다고 어떤 출중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왕세자. '이창' 캐릭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행동에 마땅한 당위가 없는 인물이자 큰 매력도 없는 인물이었다.


우리는 '욕망'을 통해 인물을 이해하고, 인물에 설득된다

   인물을 설명하는 데 '욕망'만큼 빠르고 정확한 것이 없다. 욕망을 통해 우리는 인물의 성격과 동기, 행동방식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다. 이는 극 중 다른 인물들과 비교해볼 때 더 확연히 드러난다. 배우 류승룡이 연기하는 간신 '조학주'는 '조정을 장악하고자 하는 탐욕스러운 인물'이다. 그의 행동에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욕망을 통해 조학주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신'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란으로 인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때문에 '생존'이라는 본능 혹은 욕망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반면 '이창'에 대한 첫인상은 다소 혼란스럽다. 욕망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의 표면상의 목표는 '조학주의 무리를 몰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와 동기는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조학주를 몰아내고 백성들의 정의로운 왕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정의로운 왕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된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했다. 아버지 병의 실마리를 찾고자 의원을 찾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기 전에, 이창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설명해주어야 했다. 인물에 대한 설득 없이는 인물의 매력 또한 느끼기가 어렵다.


2. 기존의 좀비물과 차별화되기 위한 <킹덤>만의 '+a'가 필요하다

   '좀비'라는 소재는 전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을 기점으로 영화 <창궐>, <곡성>, 그리고 개봉을 앞둔 <기묘한 가족>까지. 좀비는 한국 미디어에서도 꽤나 흔한 소재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2019년의 좀비극에 좀비 '+a'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킹덤>에서는 그 '+a'를 찾기 어렵다. 좀비로 승부를 보기에는 기존의 좀비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의 전형은 대부분 '밀레니엄 좀비'에 속한다. 이 전형에서 벗어나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자아가 있는 좀비 등 새로운 좀비 유형은 '포스트 밀레니엄 좀비'로 분류된다. 킹덤의 좀비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밀레니엄 좀비'에 속한다). 좀비물로 유명한 <워킹데드> 시리즈와 비교해보자. <워킹데드>도 좀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좀비가 세상을 점령한 극한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딜레마적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간, 그리고 그 인간의 욕망, 가치관, 선택. 이 부분이 <워킹데드>를 다른 좀비물과 다른, 차별화된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인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각각의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렇다면 <킹덤>이 '+a'로 내세울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드라마가 옅게나마 집어내고 있는 '시대 풍자'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드라마에는 양반을 포함한 엘리트층의 계급의식을 비꼬는 대목이 더러 나온다. 이 지점을 극대화하고 몇몇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축한다면 긴장과 추리가 더해진 속도감 있는 정치싸움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세자 이창과, 안현대감에 몇가지 상상력을 불어넣어 본다면...

   먼저 세자 '이창'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드라마 초반, 이창이 아무런 채비 없이 먼 '동래'로 떠나게 된 상황에서 호위무사 무영이 세자를 걱정하는 대목이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하층민들이 거주하는 열악한 환경을 보고 세자가 인상을 찌푸리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 상상을 조금 덧붙인다면, 이창을 '이상만 드높고 현실은 잘 모르는', 체면을 중요시 여기며 서민들의 삶은 활자 너머로만 알고 있는 인물로 변주를 줄 수도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어린 '덕만'처럼 처음엔 나약하지만 현실과 부딪히며 점점 단단한 신념을 갖춰가는 성장서사를 더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변주를 통해서 현실은 모른 채 탁상공론만 벌이는 조선 엘리트들의 한계를 꼬집고, 백성을 위한 왕이 되겠다는 세자의 신념이 구축되는 과정 또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베일에 쌓여 있는 '안현대감'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조학주가 안현대감은 자신에게 절대 반기를 들 수 없다고 언급하는 대목과, 영신이 수망촌 비석을 적대시하며 안현대감을 경계하는 듯한 뉘앙스, 그리고 좀비들의 정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안현대감. 이를 종합해보면 3년 전 왜구로부터 대승을 거둔 안현대감의 경험과 '좀비'가 관련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여러 추측 중, 가장 나의 흥미를 돋운 추측은 안현대감이 3년 전 배고픈 수망촌 서민들을 좀비로 만들어 왜구를 무찔렀다는 추측이다. 이 추측에 상상력을 조금 더한다면 안현대감을 '대의명분은 중요시 여기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민의식에 가득 찬 위선자'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조학주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제2의 빌런, 세자 이창과의 관계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인물로 그려내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것처럼 몇 가지 상상력을 불어넣어 본다면 조선시대에 대한 풍자뿐만 아니라, '이창과 안현대감과의 대립'을 추가해 더 복잡한 관계의 경우의 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좀비에 시대 풍자가 더해지고, 다양한 관계 사이의 긴장과 그 관계 속에 벌어지는 정치 싸움을 따라가는 재미가 더해진다면 <킹덤>만의 '+a'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모든 사진 자료: IMDb

김민규(2017). 영화〈곡성>의 좀비영화코드 연구. 영상기술연구, 151-171.

작가의 이전글 오티스의 비밀상담소(Sex Education,201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