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13
2015년 4월 28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또 내 앞에서 형제자매님이 서로를 물어뜯었음.
내 표현이 격한 게 아니라 이건 물고 빨고 보다는 물어뜯는다는 표현이 적당함.
거친 숨소리가 이 기나긴 숭실대입구 지하철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온 뒤에 물어뜯는 느낌임.
이 남자의 뒤통수를 보자니 왜 드라큘라가 사람 목을 보면 물어뜯고 싶어 지는지
이해가 갈 것 같음. 피를 보고 싶었던 게야.
또다시 시간과 정신의 방에 갇히기 싫어서 왼쪽 레인으로 갈아타
기나긴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기 시작함.
근데 위쪽에서
"야! 좀 조용히 말하라고! 여기 사람도 많아!"
라며 본인은 주변 신경 전혀 안 쓰시는 아저씨가 보임...
뭔가 폭탄주 뒤에 막걸리인가 싶은 느낌이 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뒤에 있는 정욕의 화신들보단 낫겠지 싶어서 올라가는데.
(사실 에스컬레이터도 길어서 쉬고 싶은데 뒤에 아줌마가 겁나 맹렬한 기세로 또각거리면서 따라오셔서 밟힐까 봐 계속 걸어야 했음...)
이 아저씨. 술냄새 폴폴 풍기면서 스피커폰 켜놓고 시끄럽다고 상대방에게 욕하고 있었음.
그 딴에 상대방은 작게 말한다고 소곤소곤 대는데 이 아저씨 스피커폰은 이미 풀파워.
덕분에 아저씨가 이번 주말에 신당동에서 술 한잔 하시기로 한걸 알게 된 건
부인분 빼곤 다아는 비밀이 됐음.
게다가 뒤에 황소 같은 아주머니는 누가 봐도 그 아저씨 들으라는 식으로
"공공장소에선 조용히 해야 하는 거 모르나!" 라며 짜증을 내심.
이 아주머니는 물어뜯는 커플은 귀엽지만 시끄러운 대머리 아저씨는 안 귀여우신 모양.
숭실대입구 역이 지하 45m,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지하철 역이라는데.
지하 45m 안에서도 시트콤이 하나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