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봐도 별로인 아가리 파이팅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12

by 김성래

2015년 3월 24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요즘 버스 타면서 별일이 없다 싶었는데 지하철에서 안 봐도 좋았을 신세계를 경험함.
내 바로 앞에 한쌍의 바퀴벌레들이 있었음.

일단 둘이 맞대고 있는 표면적이 좀 많이 넓구나 싶은 느낌이긴 했음.

그러고 있는데 형제님이


"쓰담쓰담"


이러더니 자매님 머리를 쓰다듬었음.

순간적으로 불길하다 싶긴 했는데 두정거장 밖에 안 가는지라 그냥 참았음. 근데 자매님이


"부비부비"


이러더니 형제님 품으로 파고드는 거임.

무슨 담쟁이넝쿨이 벽 타고 올라가는거마냥 이미 넓은 공유면을 더 넓혀가다가 자매님이

"쪽?"

순간 내 상상력을 저주했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형제님은 자매님 이마에 입을 맞추심.

근데 이 자매님이 표면적을 좁히더니 무슨 라틴댄스 추는듯한 몸부림으로

"쪼오옥~~"

그 뒤로 나는 둘의 아가리 파이팅을 봐야 했음.
지하철 안이 시간과 정신의 방이 되는 신세계를 보고 나니

두정거장만에 하루치 피로가 몰려오는 듯한 기적을 체험했음.
어쩜 이렇게 슬픈 예감은 틀리는 적이 없는지. 앞으로는 불길하다 싶으면 바로 자리를 떠야겠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요즘 같으면 아주아주 큰일 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