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11
2015년 2월 5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가는 버스는 딱 두 개밖에 없음.
이 두 개는 웬만하면 사람이 많은 편임.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음.
근데 내 옆에 왠 흰 패딩 입은 형제분이 계속 훌쩍거리심.
약간 불안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사람 많은데 다른 데로 비집고 들어가기도
좀 그래서 그냥 있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몸을 움찔움찔하더니
"잇! 취이잉~"
하면서 나한테 재채기를 함.
뭔가 한글로 적을 수 없는 소리인데 대충 저런 소리였음.
그냥 들었으면 피식할 소리였는데
내 옆에서 나한테 하니까 굉장히 당황스러운 소리가 됨.
정말 저 순간에는 저 재채기하는 모습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는 기분이었음.
움찔거리는 순간부터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했는데 나한테 쏟았음.
근데 한 번으로 안 마치고 삼채기를 하심.
마지막 재채기 때에는 젤라틴과 같은 느낌의 탁한 색깔을 가진 무언가도 투척하셨음.
물론 그 형제님이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한 손으로는 폰을 만지고 있어서.
내 귀하신 아이폰에 재채기를 할 수는 없지! 하고 내쪽으로 한 것 같긴 했음.
정면에 계신 아저씨 머리 위에 할 수는 없었을 테니... 라기에는 니 손등이 있잖아 이놈아!
무튼 나도 모르게 인터체인지의 줄임말이 나옴.
친구 말처럼 재채기를 당하면 생채기라도 내줘야 하나 싶은 기분이었는데
때마침 아저씨가 급정거를 해주심.
덕분에 자연스럽게 태클하면서 나에게 묻은 형제님의 분비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음.
나야 뭐 황갈색 옷이라 좀 덜하지만 그분은 흰 패딩이라 뚜렷하게 보이는 게.
미안하면서도 마냥 미안하진 않은 묘한 기분이었음.
형제님은 미안해하다가 당황하는 표정이 되었음.
머리도 힘주고 옷도 깔끔한 게 데이트인지 무튼 뭔가 잘 꾸미고 가는 길에 자기 코를 묻히고 가려니.
그렇게 오늘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다른 걸 나눈 분이 생겼음.
근데 그것 때문에 그런가... 뭔가 감기가 옮은 것 같기도... 코막히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