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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래 Jul 05. 2020

방심은 금물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20

2017년 1월 3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버스에 서서 가는데 내 옆에 한 자매님이 새해부터 술을 잔뜩 드신거마냥 심하게 비틀비틀거리심. 

술냄새는 안 나는데 뭔가 싶어서 봤더니 한 손에 안 들어오는 큰 핸드폰을 양손으로 잡고 문자를 보내고 있었음. 우리가 다 아는 그 큰 폰임. 

문자 보내면서 실실 웃는 게 좋은 일이 있는가 싶지마는 버스에서 비틀거리면서 실실 웃으니 사실 좀 무서워 보였음. 

우리 동네는 언덕이 많아서 나도 어디 안 잡고 있으면 힘든데 발목 힘에 자신이 있나 보다 했음. 

그러면서도 예전에 이런 식으로 발을 밟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에 은근히 경계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언덕 내려오는 와중에 몸이 크게 흔들리심. 

내 딴에 최대한 순발력을 발휘해서 오른발을 살짝 내빼면서 그럴 줄 알았다! 하고 속으로 기뻐하는데... 는 무슨... 훼이크다 이 병신들아! 마냥.


콱! 하고... 왼발이 밟힘. 몰랐는데 내 왼쪽에 계시던 형제님도 

언덕에서 양손 놓고 보드를 타셨던 거였음.

심지어 관성에 의해서 지그시 즈려밟는 것도 모자라서 흔들리면서 비비기까지 하셨음.

그것도 발끝만.


방심하다 밟혀서 더 아픈 건가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면서 쳐다보는데 

그 와중에 오른쪽에 자매님은 잡을 곳이 없어서 내 옷을 잡아당김.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양쪽에서 사과하는데 이미 욕이 나오기도 했고 버스에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상황이라 아주 심히 민망했음. 

바로 조금 뒤에 문이 열렸고 나는 도망치듯 내렸음. 

왜 내가 당하고 내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더 있기가 민망했음. 

두정거장 더 남았는데... 근데 그 와중에 자매님은 같이 내림. 

다시 탈 수도 없고, 올해도 살다 보면 보나 마나 또 발을 밟히겠지마는 

첫 밟힘이 이럴 줄이야... 그나마 양쪽으로 밟힐 거 하나만 밟힌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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