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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래 Jul 05. 2020

그놈의 디지털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22

2017년 2월 20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두 명의 어르신이 나와 같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음. 

두 분은 차림새는 등산 갔다 내려온 차림새였음. 

날씨 춥다 막걸리 한잔 하러 가자는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전동 휠을 타고 등교하는 학생이 앞을 휙 지나갔음. 


"저것이 뭐시냐 서서 타네 신기하구먼"


"멍청아 저게 전동 외발자전거 아녀"


"전동 자전거가 어딨어 저절로 가는 자전거는 오도바이아녀 그럼 외발 오도바이지"


"오도바이는 기름 넣어야 하잖아 저거도 기름 넣냐?"


"기름 넣어야 저래 다니지 전기로 가것냐"


한참을 아저씨 두 분이 툭탁거리심. 

두 분의 만담이 꽤 재미있어서 듣고 있는데 갑자기 자전거는 아날로그, 

오도바이는 디지털이라는 뭔가 말도 안 되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로 넘어갔음. 

계속 듣다 보니 나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한 혼란이 올 정도로 

신기한 이야기들이 오고 감.

그 와중에 한 자매님이 오늘날씨에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얇은 옷을 입고 등교하는 걸 봤음. 

두 분은 소재를 바꿔서 만담을 시작하심. 


"저래 입으면 안 춥나"


"야 요즘 옷은 좋게 나와서 덜 추워"


툭탁거리던 대화는 옷이 디지털이면 덜 춥다 라는 정말 신기한 방향으로 매듭지어짐. 

옷에 디지털 들어가는 건 디지털 군복밖에 못 들어봤는데. 그냥 요즘은 디지털인가 봄. 

그때 버스가 와서 더 듣고 싶었지만 타야 했음. 

근데 두 분 중 한 분이 따라 타심. 어? 막걸리 먹으러 간다 안 했나 싶었는데 보니까 

자꾸 다른 한분이 이분한테 디지털 이야기하면서 너는 왜 이래 모르냐 해서 삐친 거였음. 

결국 버스 문이 닫히고 두 분은 인사도 없이 헤어짐. 

그놈의 디지털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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