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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래 Jul 05. 2020

기분이 저기압일 땐 반드시 고기 앞으로 가라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28

2017년 12월 12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수능을 본 듯한 자매님 두 분이 버스 앞자리에 앉았음.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능에 대해서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음. 


“나 수학 진짜 잘 봤다고 생각했거덩? 근데 채점하니까 다 틀리는 거야...”


“나도 국어 괜찮게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


“아 우리 대학은 갈 수 있을까?”


“괜찮아 대학이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근데 지금 우리한테는 전부잖아”


“그렇지...” 


점점 대화의 주제가 안타까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음.

뭐 그렇다고 주제넘게 끼어들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가만히 듣고 있는데 


“근데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배고파서인 것 같아”


“그치? 나도 배고파”


“밥 먹고 나면 갈만한 대학 있을 거야”


“두부 먹고 초당대?”


“안되면 부대찌개 먹고 군대 가자”


두 자매분은 좀 전까지 세상 암울하던 대화를 하던 게 무색해질 만큼 깔깔거리기 시작함.

그 와중에 개그코드가 아재스러워서 좀 당황했지만,

버스 한정거장이 지나기 전에 이렇게 급변하는 감정선을 보면서 약간 무서울 정도였음.


먹고 싶은 거 이야기하면서 신났는데 

기분이 저기압일 땐 반드시 고기 앞으로 가라는 말이

이렇게 어울릴 수 있을까 싶었음.

그래도 우는 소리보단 웃는 소리가 훨씬 더 듣기 좋으니까


점심은 두 자매님들이 먹고 싶어 했던 부대찌개나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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